유가족·시민단체, 특조위 활동 기간·특검 등 보장 목소리

"누군가와 싸웠을 때 상대방이 사과하면 내 마음도 달라지잖아요. 마찬가지로 국가가 용서를 구하면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그리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1년 전, 창원을 찾은 고 박성호 군 어머니 정혜숙(49) 씨가 한 말이다. 다시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진실은 저 깊은 곳에 묻혀 있다.

지난 2년간 세월호 유가족들이 줄곧 외친 것은 '독립적인 국가 조사기구를 통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였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특별법이었다.

2014년 10월 여·야 합의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긴 했다. 하지만 유가족이 줄곧 요구했던 특별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은 배제된 반쪽짜리였다. 유가족 내에서도 수용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우선 받아들였다. 다만 추후 개정 혹은 제2 특별법 제정에 주력한다는 선택이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갔지만 정부·여당 방해 속에서 예상된 한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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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에는 특조위 활동 기간을 '구성 후로부터 1년, 그리고 필요한 경우 6개월 연장'으로 해 놓았다. 2015년 3월에야 특조위 상임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았고, 그해 7월 말 관련 직원들이 출근했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삼아 최대 1년 6개월인 오는 6월까지가 특조위 활동 기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체 인양도 하기 전 특조위 활동은 끝나게 된다. 선체 인양은 오는 7월 말을 목표로 현재 사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족과 시민사회계는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활동 기간 1년 6개월 및 예산 보장, 특검 발동,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선체 정밀조사 보장 등을 담기 위해서다.

그 사이 지난해 12월, 그리고 지난 3월 두 차례 청문회가 열렸다. 해경 거짓말과 녹취록 편집, 청해진해운 지시로 '선내 대기 방송' 등의 사실이 드러나기는 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 정부 대처 등 근본적인 문제에는 접근조차 못 했다. 이보다는 관련자들의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말만 국민 뇌리에 남았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재판은 마무리됐다. 이 선장은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데 따른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항해사 두 명과 기관장은 유기치사 등으로 징역 7~12년, 나머지 승무원 11명은 각각 징역 1년 6월~3년 실형이 확정됐다.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목포해경 123정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유병언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창원을 찾은 '예은이 아빠' 유경근(47) 씨는 이렇게 말했다.

"진상조사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느냐는 둘째 문제입니다. '저 정도 파헤쳤으면 더 나올 게 없겠다'는 생각만 할 수 있게 과정을 밟아 달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눈물 흘린 가족과 국민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조금은 마음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은 이러한 진실 찾기는 '과거' 아닌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 아픔을 겪고 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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