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JTBC 〈힙합의 민족〉

"나이 여든에 랩 한다니까 우습게 보이죠. 에라이 쌍화차야.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까먹어라. 그냥 가는 거야. 가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본다고요!"

평균 65세 '할매'들의 랩 배틀을 상상이나 했었던가. 할머니(좀 억울한 출연자도 있겠다)들을 모셔놓고 이들에게 힙합과 랩을 가르치고 스왜그(swag·스스로 잘난 척하거나 으스대는 기분을 표현하는 용어)를 덧입혀 대중 앞에서 제대로 된 힙합 공연을 보여주는 시즌제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JTBC <힙합의 민족>(금요일 밤 9시 40분).

시즌 5를 준비 중인 힙합 오디션 Mnet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나 여성 래퍼들이 경연을 펼치는 <언프리티랩스타>는 힙합 장르, 그중에서도 랩을 대중에게 보급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프로그램이다.

김영옥

<힙합의 민족>은 어느샌가 대중 속으로 깊이 들어온 힙합에다 할매들의 랩 도전이라는 의외성을 결합해 만들어낸 음악 프로그램인 듯 예능 프로그램이다.

신생 예능의 조건이 화제성과 인지도라면 힙합의 민족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힙합은 여전히 낯선 장르다.

힙합의 정신도, 스왜그도 알아가기도 전에 배틀 과정에서 벌어지는 점점 거세지는 욕설과 상대 비하가 이슈가 되는 현실은 힙합 마니아에게도, 일반 대중에게도 썩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려웠다.

할매들의 랩 도전에 대한 색안경도 어쩔 수 없다. 할매와 힙합이라는 부조화가 어쭙잖은 웃음을 만들어내고, 눈물 찍어내는 감성팔이가 긴장감과 진지함의 자리를 대신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말이다.

김영임

이런 가운데 1937년생, 연기 경력 60년의 김영옥을 필두로 이경진, 최병주, 김영임, 염정인, 양희경, 이용녀, 문희경이 힙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일 첫 방송에서 1차 경연을 앞두고 할미넴(할머니와 미국 힙합가수 에미넴을 결합한 말) 8인과 래퍼들이 팀을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자신의 인생을 대입한 강렬한 '인트로' 같은 짧은 랩은 호기심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이어 프로듀서들은 1지망부터 3지망까지 한팀이 되고 싶은 할매들에게 투표했다.

문희경

순위가 매겨지고 할매들은 순위에 따라 프로듀서를 결정했다. 1위를 차지한 문희경은 MC스나이퍼를, 2등 양희경은 피타입을, 3등 김영임은 딘딘을 프로듀서로 선택했다. 4등 김영옥은 몬스타엑스 주헌을, 5등 최병주는 치타를, 6위 이경진은 한해와 키디비를 꼽았다.

남은 7, 8위를 두고 이용녀와 염정인이 경쟁했고, 염정인은 자신의 무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싶다며 1분 동안 추가로 퍼포먼스 무대를 보여주며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끝내 릴보이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홀로 경연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 약점이 주어졌다.

2회와 함께 시작된 첫 번째 과제는 '인생송'.

"어렸을 때는 나보다 큰 사람들 쫓아다녔어.// 그제서야 나보다 작은 것들이 보였지. 이런 새싹들과 냇가의 송사리들. 어렵지 않아. 그저 천천히 보면 돼. 조금만 덜 먹고 덜 쓰면 돼."

<백 만 송이 장미>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쓴 이용녀의 랩과 보컬 손승연의 컬래버레이션은 할매들의 힙합을 바라보던 우려를 씻을 만한 첫 무대였다.

양희경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속에 "벽시계는 고장 나도 세월은 고장 안 나. 내 나이 칠십 이제서야 내 꿈을 만나. 가는 세월이야 막을 수 없겠지만 무대에서만큼은 멈춰버린 시간. 신경 안 써 내게 쏟아지는 비난. 대체 그게 무슨 노래냐는 사람들의 말, 나이에 맞게 살라고. 그러면 젊어지냐고. 그 나이에 찢어진 청바지가 뭐냐고. 지금 난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기분. 더 젊어지고 있고 건강도 좋아졌어."

'힙합 할매' 최병주의 랩은 치타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던 모습과 겹쳐지며 그녀의 흥과 열정을 이해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자신의 개성을 찾아 힙합마저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연륜과 진솔함이 묻어나는 그녀들의 도전은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염정인
이경진
이용녀
최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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