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상도블로그]드라마 <태양의 후예>서 유행…어법 어긋난 말투 군대에서도 고친다고 하는데

요즘 인기 있는 텔레비전 연속극 한 편이 온 국민의 말투를 버려놨다. 정치하는 분들도, 가정주부도, 학생들도 모두 이 연속극에 나오는 '대화체'를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다.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군인 말투인 '~지 말입니다'다.

1989년 군대 갔을 때 훈련 조교들이 "군대에서는 다, 나, 까만 쓴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군대에서 (주로 상급자에게) 말할 때는 반드시 '다, 나, 까'로 끝맺으라는 뜻이었다. 엄격한 규율과 규칙, 기강에 의하여 움직이고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군대의 특성상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희한하다고 생각한 건, 분명 "했습니다"로 말할 수 있는데도 "했지 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가령 "이 상병은 밥을 먹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라고 말할 것을 "이 상병은 밥을 먹지 않겠다고 말했지 말입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 이런 말투를 들었을 때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포스터. /KBS

지금 많은 국민이 연속극 <태양의 후예> 한 편을 보고 이 '말입니다병'에 빠져 있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 가지 않은 사람, 군대와는 그다지 인연이 없는 여성들까지 '말입니다'를 쓰느라 정신이 없다. 덩달아 텔레비전의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렇고, 신문의 기사 제목에서도 따라 쓰느라 아주 혼이 빠졌다.

유행을 넘어 정신병 같다고 말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정치꾼들이 만든 포스터에도 이런 말투는 넘쳐난다. '○○○ 잡을 저격수 ○○○지 말입니다', '비박 잡는 저격수, ○○○지 말입니다' 이런 식이다. 그냥 '○○○입니다'라고 하면 간단명료한 말을 저렇게 비트는 건, 텔레비전 연속극 하나가 인기를 끄니까 거기서 쓰는 말투를 흉내 내 관심을 좀 끌어보자는 꼼수 아니겠나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지 말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어법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일반 사회에서는 내버려도 될 '군사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침 군대에서도 '~요'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하지 않는가. 국방부는 경직된 병영 언어문화를 개선하고자 '다, 나, 까 말투 개선 지침'을 일선 부대에 내려보냈다고 올 2월 24일 밝혔다. 국방부는 다, 나, 까란 군기를 세우고자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정중한 높임말을 쓰도록 한 데서 생겨난 독특한 말투라면서 "기계적인 다, 나, 까 말투를 상황과 어법에 맞게 개선해 사용하도록 교육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생활관에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비공식 자리에서는 '~요'로 말을 맺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연속극이 인기를 끌면서 이상한 말투가 온 나라에 퍼져버렸다. 제발 말을 쉽고 편하게 하자. 한때 유행이겠거니 싶어 두고 보려다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한마디 해 둔다.

/이우기(글 쓰는 삶, 생각하는 삶 blog.daum.net/yiwo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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