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약분업 도입만큼 국민들을 놀랍고 힘들게 한 일은 없다.

약물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이 제도는 국민들의 의료생활을 뿌리채 바꿨다.

감기나 술기운을 없애기 위해 간단히 약국을 찾았던 사람들조차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먹을 수 없는 의료체계의 일대 전환이 이루어 진 것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1.5배 가량 의료비를 더 들게 했다.

'전혀 불편함이 없고, 돈도 적게 들 것'이라던 정부의 약속은 한낱 허구에 불과했다.

또 ‘완전한 의권보장’이라는 구호 아래 6월 이후 3차례 거듭된 의사들의 폐업과 100일 넘게 계속된 전공의 파업은 초유의 의료공백 상황을 낳았다.

국민들은 치를 떨었고, 끌려 다니기만 한 정부의 위신은 곤두박질쳤다.

△노인과 영·유아 환자가 가장 어려웠다

노인과 영·유아 환자 보호자들은 의약분업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 때 이들에게는 분업예외 적용을 한다는 정책이 나올 만큼 문제는 컸다.

그러나 최대의 약품 소비층인 이들을 제외시킨다는 것은 분업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 때문에 이 제안은 없던 일이 됐다.

이들 중 의약분업 6개월을 맞은 노인 환자들의 분업소감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지난 4일 지병으로 병원을 찾은 표태희(여·76·마산시 내서읍)씨는 "병원 갔다가 약국 가서 약 받고, 또 주사제 받아 다시 병원 가서 주사를 맞는게 너무 힘들다”며 여전히 불편함을 토로했다. 치료비에 대해서는 “병원이나 약국에 내는 돈은 그 전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체감하는 의료비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과 약국에 내는 전체적인 진료비와 약제비는 분업 전에 비해 환자 본인부담금이 평균 1.5배 가량 올랐다. 의료보험료도 직장·지역 모두 내년 1월부터 20%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여 분업전에 비해 평균 의료비 인상률은 50%에 이를 전망이다. 한달전 백내장수술을 받은 김진태(68·마산시 추산동)씨는 “할 수 없지요. 따라야 하지 않겠어요”라는 함축적인 심경을 전했다. 분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어떤 약국에서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바꿀 경우가 있는데 이게 걱정이야.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의사한테 물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방약과 다른 약을 받아든 환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약사법개정안 속에는 약효 동등성이 인정된 약일지라도 대체불가 표시가 된 경우에는 약을 대체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외의 경우에는 사전에 의사와 협의토록 했다.

△아직도 의약분업은 남의 일

특정 의·약간의 담합, 병·의원 처방 시 특정약국 지정 등은 여전히 의약분업의 뿌리를 흔드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분업의 원리에 어긋날 뿐아나라 동네약국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이같은 사례의 방지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 담합 금지지침’을 통해 이후 같은 건물, 같은 통로의 병·의원과 약국 병설을 금지할 방침이다.

경남도약사회 김종수 부회장은 “공간적 제한만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는 담합 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고 밝히고, “정부홍보를 통한 국민의식의 진작 등 근본적인 담합행위 감시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도 드물지 않은 약국의 임의조제, 전문의약품 판매 등도 의약분업의 훼방꾼이다.

경상대병원 의약분업평가단(단장 이경원)은 마산삼성병원 평가단과 함께 올해 8월 이후 제도에 반하는 사례들을 약국의 임의조제 및 불법판매, 약사들의 문진행위, 약국앞 불법광고 등으로 집약했다.

이들은 마산·창원·사천 등지에서 항생제와 위궤양약 임의조제 및 불법 판매행위가 발생했고, ‘치매상담’‘간염 간경화 특효약 판매’‘키작은 아이 상담합니다’ 등 임의조제와 직결되는 약국앞 불법 광고물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약사들의 “가래가 많이 나세요. 기침을 하거나 열이 있나요” 등의 말도 불법 문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이들 평가단은 의약분업 정착을 위해서 적극적인 정부의 감시와 지도, 국민 스스로 이러한 관행을 불법임을 알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완의 의약분업

의약분업 6개월이 지난 지금 분업으로 덕을 본 곳은 정부밖에 없다는 주장이 많다. 의약계, 국민 모두 상처뿐인 분업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현재 진행되는 것이 약사법 재개정과 대통령 직속의 보건의료정책특별위원회 설치다.

하나는 분업의 뼈대로서, 또 하나는 돈줄이 되는 의료보험 국고부담금 증액정책을 다룬다는 차원에서 의약분업의 양 날개가 될 전망이다.

미완의 상태에서 아직도 시험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의약분업의 내일은 얼마만큼 강하고, 균형잡힌 날개를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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