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일 "◇◇당 20대 총선 경남지역 국회의원 후보자 △△△입니다"로 시작하는 투표 독려 전화를 받은 유권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선거일에 전화나 문자 메시지, SNS를 이용해 후보자 이름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가능한가? 경남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아닌 이상 당과 후보자 이름을 밝히고 투표를 독려하는 활동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호'를 표시하면 안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호는 후보를 홍보하는 특징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의창동 제6투표소는 내리는 비 때문인지 오전부터 비교적 한산했다. 투표를 마치고 떠난 한 가족이 다시 투표소를 찾았다. 손모(여·79) 씨는 투표확인증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확인증이 있으면 영화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고 했다. 손 씨는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린 자녀 손을 꼭 잡고 투표소를 찾은 가족도 있었다. 김보성(42) 씨는 투표 때마다 꼭 자녀를 데리고 나온다고 했다. 좋은 교육이 되리라는 믿음에서였다. 밖에서 기다리던 김 씨 아들은 의젓하게 "저도 성인이 되면 투표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라고 했다. 아들 말을 듣던 엄마는 "당연히 해야지!"라며 웃었다.

○…시간대별로 다른 투표자

투표 시작 3시간 만에 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투표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초등학교 병설유치원 1층 유희실 양덕1동 제1투표소. 한 감독관은 시간대별로 투표자 연령층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오전 6시에는 출근 전 투표를 하려는 30~40대가 많았고 오전 7시에는 투표자가 주춤하다가 오전 8시부터는 아침식사를 마친 60대 이상 투표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빗속 어르신 행렬 이어져

오전 8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1동주민센터 1층 회원1동 제2투표소에는 수레를 끈 어르신들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겨드랑이에 우산을 낀 채 두 손으로 수레를 끌어 투표소를 찾았다.

오전 9시께 양덕1동 제1투표소에는 60대 투표자 10여 명이 단체로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전병연(71·회원1동) 씨는 "기존 국회의원들에 큰 실망을 했는데 새 인물이 주민을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고 싶어 비가 오는데도 투표소를 찾았다. 특히 지역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바뀐 장소 몰라 우왕좌왕

양덕1동 제1투표소는 기존 투표소였던 마산수협 합성지점이 사라지면서 올해부터 양덕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유희실로 장소를 옮겼다. 이 사실을 몰랐던 시민들이 투표소를 착각해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팔용동 제6투표소에서는 투표소가 창원시 의창구 대원초등학교에서 대원민원센터로 옮긴 것을 몰라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오전 10시께 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은 "올해 처음 바뀐 것은 아니지만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을 배려해 학교 운동장에 안내판이라도 설치했으면 좋았을 건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의창동 제6투표소 투표사무원 김화수 씨는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 차이를 강조했다. 사전투표는 신분증만 있으면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곳 어디서든 가능했다. 하지만 당일 투표는 꼭 '내 투표소'에서 해야 한다. 이 사실을 모르고 본인 투표소가 아닌 곳을 찾는 이가 더러있다고 김 씨는 전했다. 사전투표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때. 김 씨는 사전투표와 관련 "앞으로 더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투표소에 들어왔다. 여자는 취재를 남자에게 양보했다. 자신을 진주국제대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반창현(23) 씨. 함께 온 여성은 친 누나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층이 투표를 해야 미래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사전투표를 했다고 전했다. 투표하고 난 뒤 놀러갈 계획이냐고 묻자 그는 "공부하러 가야해요. 다음주 시험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투표소에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부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제4투표소에 온 유권자 김소희(38) 씨는 "자녀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같이 왔다"면서 딸에게 "기표소 안에는 엄마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엄마를 대신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고 올게"라고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생 남매를 데리고 온 박명수(42) 씨는 "교과서나 말로 선거날에는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부모가 직접 투표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업고 투표소로 향한 아들이 있는가 하면 연세가 높으신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투표소로 온 손녀도 있었다.

오전 9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제1투표소에서 만난 30대 후반 김을수 씨. 그는 비를 맞으면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업고 투표소로 향했다. 그는 "아버지가 꼭 투표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모시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전 8시 30분 투표소를 몰라 창원시 성산구 사파파출소 부근을 헤매던 ㄱ(여·26) 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ㄱ 씨는 "거주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르고 선거관련 책자 및 안내 용지를 받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경찰관이 전산 주민조회로 투표소를 안내해줘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고맙다"고 말했다.

○…함안에서는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전 6시 25분께 함안군 대산면 투표소를 찾은 60대 남성은 투표 용지 2장 가운데 후보자 용지만 기표한 후 투표함에 넣고, 비례대표 용지는 "필요 없다"면서 찢어 훼손했다. ㄱ 씨는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관위는 ㄱ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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