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8명 녹색당원 가입, 후보 내고 선거운동 나서…"송전탑 뽑아낼 수 있도록 이계삼 후보 지지해달라"

밀양 송전탑 할매·할배들은 그동안 정치인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 속에서 전체 299명이 아닌 '단 1명의 우리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번 총선에서 그 '1명'은 10년 가까이 투쟁 현장을 함께 지켜준 이계삼(43)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다. 밀양 할매·할배 28명이 녹색당원으로 가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녹색당 최고령 당원이 된 김길곤(85) 할배는 "이계삼 후보가 어떻게든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 같은 약자들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남우(74) 할배는 "이제 나는 죽을 때까지 녹색당을 사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이 후보가 이전부터 녹색당원이었다는 사실을 몇 달 전에야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무거운 역할을 부탁했다고 한다.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였던 밀양 할매·할배들이 지난 8일 오전 10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탈송전탑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밀양 할매·할배 28명은 '우리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최근 녹색당원으로 가입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한옥순(69) 할매는 "이 후보 스스로는 절대 정치를 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가 등 떠밀어서 나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구미현(68) 할매는 "국가로부터 짓밟힌 우리를 위로하고 끌어준 이들이 이계삼 선생과 녹색당원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두 명 아닌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을지도 모른다"며 "그런데 또 염치없게도 그 짐을 이 선생한테 지우게 했다. 선거 이후 몸무게가 5~6㎏은 빠진 것 같더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밀양은 경남에서도 보수적인 지역이다. 밀양 할매·할배 대다수도 송전탑 문제를 겪기 전까지는 새누리당 등 보수 정당에 마음을 준 것이 사실이다. 서종범(58) 아재는 "그전까지는 전부 보수 정당에 표를 찍었다. 하지만 송전탑 문제에서 약자 대변 역할은커녕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자기들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 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할매·할배들은 선거운동에도 열심히 나서고 있다. 고준길(73) 할배는 "다른 정당 당적도 갖고 있는데, 이번에 좋은 정당을 하나 더 만나게 돼 가입했다"며 "얼마 전 부산 한진중공업, 부산대를 찾아 유권자에게 지지를 부탁했다. 몸은 고되지만 정말 마음을 다하고 있고 희망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녹색당 '탈송전탑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는 할매·할배 20여 명도 함께했다. 한옥순 할매와 이 후보는 서로 껴안으며 격려했다. 주민들은 "녹색당이 국회에 들어가면 송전탑을 뽑을 수 있다. 양심 있는 시민이 함께해 달라"고 했다. 이금자(85) 할매는 기자회견 중간 중간 "제발 도와달라, 정말로 호소한다"면서 백발 머리를 연방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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