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란? (4) 정부 도우미가 아니다

지난해 5월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이 법률 취지나 내용에 어긋나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을 발동했다. 정부 입법권과 사법부 심사권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가 법률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내놓는 것부터 국회 입법권 침해다. 그런데 이를 바로잡겠다는 시도가 오히려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는 혐의를 뒤집어썼다. 국회로 되돌아온 개정안은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다루지 않으면서 '정부 도우미' 역할을 했다.

경남지역 총선 후보 중 설문에 참여한 47명 가운데 35명(74.4%)이 '국회가 만든 법이 규정한 권한이나 기준을 넘어서는 시행령이 있으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답했다. 입법권을 상당히 침해하는 시행령이 있다고 보는 후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5월 사단법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원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무소속 후보가 3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오히려 새누리당 강기윤(창원 성산)·이군현(통영·고성)·이만기(김해 을)·윤영석(양산 갑) 후보가 시행령을 문제 삼은 게 눈에 띈다.

'그런 시행령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답한 후보는 3명이다. 새누리당 여상규(사천·남해·하동)·홍태용(김해 갑)·엄용수(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다. 여상규·홍태용 후보는 그런 시행령이 있더라도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 문제의식과 박 대통령 거부권을 모두 인정하는 답이다. 어쨌든 이들까지 더하면 응답자 47명 가운데 38명이 시행령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런 시행령이 없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답한 후보는 4명이다. 이주영(창원 마산합포)·김한표(거제)·강석진(산청·함양·거창·합천) 후보 등 새누리당 소속과 황윤영(무소속·양산 을) 후보다.

새누리당 박완수(창원 의창)·김성찬(창원 진해) 후보는 이번 질문에 아예 답하지 않았다.

박대출(새누리당·진주 갑) 후보는 "시행령이 입법권 범위를 벗어났는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김재경(새누리당·진주 을) 후보는 "그런 시행령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상위법령 명시, 상임위원회 차원 시정 요구 등 합리적 해결 방안이 있다"고 적었다. 우민지(무소속·양산 을) 후보는 "잘 모르겠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아예 답을 비워둔 '무응답'보다는 나은 태도다. 이들 3명은 '기타' 답변으로 분류했다.

잘못된 시행령을 바로잡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됐다. 먼저 입법 단계부터 야무지게 법률을 만들자는 의견이다. 국회의원이 법을 대충 틀만 만들고 복잡한 단계에 해당하는 규칙 부분을 정부에 떠넘기니 허점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잘못된 시행령을 낳는 '원인 제공자'라는 반성이다.

다른 한 가지는 시행령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국회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약속이 이에 해당한다.

이원희(창원 마산합포) 후보는 "상위법을 위반한 시행령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국회가 직접 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수는 있되 고치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국회법 개정안'보다 한 단계 더 강력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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