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2016 통영국제음악제 결산
세계적 음악가 많이 왔지만, 윤이상 연주는 단 두 곡뿐
지역 작곡가 위한 무대 없어…연주자도 대부분 서울 중심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16 통영국제음악제'가 지난달 25일부터 3일까지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국제음악제는 예년과 달리 세계현대음악제와 함께하며 지역,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통영국제음악제의 명성을 높였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함께 50여 개국 대표가 참가한 이번 음악제에는 다양한 초연작을 비롯해 국내외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다운 하모니로 큰 호평을 받았다.

다만, 이번 음악제에도 아쉬운 모습은 있었다. 이에 일주일 남짓 통영에서 열린 음악제를 결산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 앞두고 함께한 통영과 세계 = 내년이면 윤이상 작곡가가 태어난 지 100주년을 맞는다. 이번 음악제를 기획한 통영국제음악재단 사무국은 국제현대음악협회(ISCM)와 함께 음악제를 구성했다.

50여 개국 연주자들이 다양한 무대를 함께 협연하는 등 29번의 공연이 이어졌다. 'Sounds of Tomorrow'를 주제로 바흐 콜레기움 재팬의 고음악부터 미니멀리즘을 통해 현대음악을 관객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한 필립 글래스, 피아니스트 백건우,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공연은 많은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2016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으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성 금요일의 마법' 공연이 열렸다. /통영국제음악재단

두 음악제를 동시에 열면서 전국 각지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김영희(32·대구시 달서구 대천동) 씨는 "연차 쓰고 이번 공연을 보러 왔다. 클래식 음악을 잘 알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통영 밤바다가 조화를 이뤄 눈도 귀도 함께 즐거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ISCM 한국위원회 백승우 회장(가천대학교 교수)은 "통영국제음악제와 세계현대음악제가 동시에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창작음악 쪽 활성화를 하려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음악제 질적 내용은 우수했다"고 전했다.

윤이상 작곡가의 부인 이수자 씨도 "윤이상 선생이 하늘에서 지켜보며 세계인의 축제를 축하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이상은 찾기 어려워 =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시작됐던 통영국제음악제이지만 윤이상의 그림자는 점차 지워지는 모습이다. 이번 음악제 기간 윤이상 작곡가의 음악은 단 두 곡이 연주됐을 뿐이다.

첫 번째 곡으로는 지난달 29일 브리징컬러스(Bridging Colours)에서 연주된 '대비(Gilssees)'이다. 또한 폐막식 당일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시리즈로 열린 공연에서 연주된 '대비(Kontraste)-바이올린을 위한 2개의 소품'이다.

그 외 무수히 많은 연주곡 가운데 윤이상 음악은 엿볼 수 없었다.

백 회장은 "윤이상 선생 작품이 좀 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 제2의 윤이상, 새로운 윤이상을 찾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는 모두 초연작으로 준비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9일 통영국제음악제 '브릿징 컬러스'.

경남도내 한 음악인은 "과거엔 윤이상 선생을 중심으로 메인 연주회가 열리거나 한 작품씩 들어갔는데 이번엔 그런 모습은 없었다"면서도 "윤이상 선생의 이름을 통해 음악제가 성장했지만 한 사람이 아닌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되는 음악제의 특성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에 이를 폄하할 순 없다"고 말했다.

◇지역 소외 아쉬움 = 세계적인 음악제라곤 하나 지역 연주자들의 몫은 쉽게 찾기 힘들었다. 지난달 29일 세계현대음악제에서 창원시립교향악단이 한 차례 공연을 펼친 것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홍보책자에 소개되지 않았다. 연주뿐 아니라 지역 작곡가의 설 자리도 없었다.

합포만현대음악제에서 지역 작곡가의 좋은 곡이 많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도 공연되는 상황임에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지역 작곡가 음악은 들을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 내 작곡가, 연주가들의 통영국제음악제 관심도가 떨어졌다.

한 지역 작곡가는 "작곡가 작품이 단 하나도 공연되지 않는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이상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지역 작곡가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였으면 한다"며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음악제에서 젊은 작곡가를 위한 작품 소개가 필요하다. 지역에 있는 작곡가·연주가들 모두 해외 유학을 떠나 역량을 쌓고 있다. 기회가 주어져야 경험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통영국제음악제 소속 오케스트라도 모두 서울 중심 연주자라는 점에서 지역 소외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지난달 28일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

◇성장 위한 보완점은 = ISCM 한국위원회 백 회장은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해 "음악제 콘텐츠나 연주수준 등 질적 수준이 높기 때문에 크게 보완할 점은 없다"고 했다. 다만 숙박시설 업그레이드와 식사에서 오는 외국인들의 불만사항 개선을 요구했다.

더불어 그는 윤이상 선생이 ISCM 명예회원으로 위촉된 만큼 더 다양한 작품 소개도 이어지길 바랐다.

그는 "윤이상이라는 천재 작곡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음악제에서 그의 음악이 더 많이 알려진다면 통영음악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일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지난달 27일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필립 글래스:저녁의 대화'.
지난달 31일 통영국제음악제 '나이트 스튜디오Ⅱ-마리솔 몬탈보'. /통영국제음악재단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