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이가 없었다. 토요일 저녁에 집 앞에 세워둔 차의 앞 유리창이 일요일 아침에 모두 깨져 있었다.

간밤에 술 취한 사람의 짓이거나 몰지각한 사람의 행동이라 여겨졌다. 대로에 접해 있는데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결국 8만원이라는 돈을 고스란히 날려버렸다.

언젠가 새벽녘에 밖에서 괴성이 들려 창문을 열어보니 술에 만취한 사람이 고함을 지르며 대로변을 걷고 있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 길가에 세워둔 차의 백미러를 하나 둘씩 깨고 있었다.

그 사람이 우리 집 앞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빨리 주차해 놓은 곳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내 차의 백미러를 깨려고 하는 것이다. 겨우 그 사람을 말렸지만, 술에 취한 사람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여기저기에서 창문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신고조차 해 주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신고를 해서 출동한 경찰에 의해서 그 소동은 끝이 났다.

술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보다, 뻔히 그것을 보면서 그 사람을 제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미웠다. 실종되어만 가는 우리 국민들의 민주시민의식!

얼마전 일본에서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유학생 이수현씨가 생각났다.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영웅처럼 돼버린 우리네 현실이 너무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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