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온다. 송년회·신년회, 거기에다 경제마저 하향곡선을 긋고 있고 구조조정·명예퇴직 등 술자리가 마련될 일은 적지 않다.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 괴로운 일이 있으면 위로, 헤어지면 석별, 인정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술 문화는 끝이 없다.

얼마 전 친구 10여명이 이별주를 마신 일이 있다. 일컬어 공동부담(분파이)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뒤가 개운치 않았다.

많이 마신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마신 사람은 적게 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나눠 내다보니 불평 또한 많았다. 술은 기분 좋게 마시고 기분 좋게 헤어져야 생산적인 지출이 된다.

요즘 일본에선 술집도 체인이 되어있어 신마산 A점에서 소주를 반병 마시다 남겨놓고 오면 합성동 체인점에서 남은 반병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시내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체인점에서도 마실 수 있다니 반병 이상이 남아도 버리는 우리나라 국민들로서는 배울만 하다.

더한 것은 회전식 식단이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 테이블 위에 소주·청주·양주 등 여러 가지 술과 500원·1000원·2000원·3000원·5000원 짜리 등 갖가지 안주를 올려놓고 소비자가 선택한 술과 안주만 자기 앞에 놓은 후 마시고 그 값만 계산하면 된다니 너무 야박한 것일까. 초청자는 노래값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니 초청자도 참석자도 부담될 일이 없다.

고주망태나 인사불성이 될 일도 없다. 폭탄주 문화가 성행하고 2·3차까지 들러 주머니는 텅텅 비고 다음날 아침 출근마저 어렵게 만드는 우리나라 술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우스운 얘기 같지만 술 한 병을 사놓고 퇴근시간 마다 먹고 싶은 만큼 마시고 또 남겨놓고 하여 한병을 일주일, 어떤 사람은 한달까지 마신다니 쩨쩨하게 들릴진 몰라도 남은 것은 버리고, 버린 술을 다시 파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접촉문화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B형 간염 같은 것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나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연말이 다가오니 걱정이 된다.

/이인대(창원대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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