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 (1)새내기의 자격-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신문을 안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이 공감할 내용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학생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주로 진주 경상대학교 학생들이 참여해 요즘 대학 생활이 어떠한지를 들려줄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낯선 캠퍼스에 발을 딛기도 전에, 새내기(신입생)들은 아마도 '대학생'에 대한 힘 빠지는 이야기들을 숱하게 접해 봤을 겁니다. '꿈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이 사치가 된 오늘입니다. 빛바랜 별을 따는 듯한 '스펙' 쌓기와 노선을 변경하고 나선 기업들의 '탈(脫)스펙' 채용 정책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는 외려 감소하고 있습니다. 밤낮을 꼬박 새워 걸어온 대학의 문턱 앞에서 누군가는 이미 실망하며 보폭을 좁혔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다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얻게 된 '자격'들이 있습니다. 특히나 '새내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2016년 새내기가 무장하면 좋을 자격 5가지를 전합니다.

1.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다

새내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흔히들 '잘 몰라서 막막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새내기들에게 '잘 모른다'는 것은 그들만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선배들에게 새내기의 호기심과 뜻밖의 질문은 '신문물'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대학 강의실은 중·고등학교 교실과 다름 없이, 어쩌면 조금 더 미치지 못할 만큼 질문이 오가지 않습니다. 고학년 학생들조차 강의 도중에 질문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여태 몰랐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새내기들은 그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심지어 나 혼자만 궁금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 명의 호기심이 강의실에 있는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 학점으로부터 자유롭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그런 교육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라면 '학점'이라는 대학의 평가가 더욱 난해할 수 있습니다. 대학의 시험은 과목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능 출제지 크기의 시험지에 문제는 서너 줄만 적혀 있고 그에 대한 평가는 알파벳과 소수점으로 부여받게 됩니다. '최소 4.0은 넘어야 입사지원서를 넣어 볼 수 있다'고들 말하지만 입사를 희망하는 새로운 집단에서 자신의 학습 능력을 몇 점의 수학적 결과로만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전공 강의를 듣기에 바쁜 2, 3학년이 되기 전인 1학년이 기회의 시기입니다. 즐겁고 가볍게 학습할 수 있는 교양 강의실만큼은 '비무장지대'입니다. 사고를 확장시키는 공간에서 고3 시절 느꼈던 긴장감에 좋은 학점을 받겠다고 칼을 뽑아들지는 마세요. 평소에 꺼리던 분야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 자신이 공부할 강의실의 면면을 차근차근 들여다보세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표정과 공기, 공책과 필기구가 마찰하며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장하고 강의실과 친해질 수 있는 자격은 1학년에게 있습니다.

3. 가볍게 떠나볼 수 있다

고학년들이 특히 부러워하는 새내기만의 자격이 있습니다. 그것이 갑작스러운 이른 아침이라고 할지라도, 혹은 얼마 전 잡아 뒀던 일정이 있는 하루라 해도, 1학년은 가볍게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때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만약 느닷없이 떠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가방에 짐을 구겨 넣고 문밖으로 나가려 한다면 이미 문턱 앞에는 '마음의 인질'들이 쪼그려 앉은 채 눈총을 쏘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오늘만'이라며 협상하려 해 봐도 취업 준비 기간 가운데 하루는 큰 시간이고, 이 시간을 낭비하면 주변 사람들은 혹여나 제가 비뚤어진 것은 아닐까 걱정하겠지요.

원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 보는 경험을 꼭 해 보시길 바랍니다. 도착지가 꼭 특정 여행지가 아니어도 됩니다. 원하던 대외 활동을 주관하는 곳이나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라도 좋습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해외를 누비고 싶었던 새내기 시절 '야심'에서 경남은커녕 캠퍼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만큼 떠날 용기가 없어지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4.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새내기는 시간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장기 여행을 계획하거나 자기계발의 시간에 몰두할 수 있다는 거창한 말만은 아닙니다. 고교 시절 밤늦은 자율학습 시간 교실에 앉아서도 소설이나 무협지를 '몰래' 봐야만 했던 참극에 대한 회포를 풀 수도 있습니다. 불현듯 떠오르는 고향 집 앞의 골목 어귀를 찾아 해가 지도록 어슬렁거릴 수 있고 온종일 방에 앉아서 '아스라이'나 '함초롬하다'처럼 예쁜 우리말 10가지를 공책에 꼽아볼 수도 있습니다.

1학년은 그 어느 때보다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시간을 쓸 자격이 있는 시기입니다. '무가치한 시간'을 보내는 일에도 우선권을 두세요.

5. 정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고교 시절 정치 관련 뉴스를 보며 혀를 내두르는 부모님의 모습을 종종 보았을 겁니다. 이제 1학년이 된 새내기들도 정치를 알아가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두세요. 내가 사는 지역구에서 활동 중인 정치인은 누군지, 그들이 나의 의견과 맞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세요. 연일 나오는 정치 관련 이슈에서 내가 모르는 용어나 시대적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며 학습해도 좋습니다. 한 가지 쟁점에 대해 나와 정치적 입장이 같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토론해 보세요. 누구보다 잘 맞는 사람들이 정치 이슈를 두고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하세요. 작은 단위부터 차츰,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이 무엇인지 체험해 봐도 좋습니다.

정치는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시민'들이 하는 것이라 말하는 멘토를 만나세요.

아쉽게도 다가올 20대 총선에는 1997년 4월 13일 이전에 태어난 1학년들만 선거권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던질 한 표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적절한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이지훈(경상대 4학년)

지역민 참여 기획 '대학생이 쓰는 대학생 이야기'는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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