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사람만 국회의원 되는 정치구조…'나 닮은'노동자 후보에 주목해보자

그는 노동당 후보다. 도내 총선 출마자 1명, 전국적으로도 9명뿐인 소수 정당. 국회 의석도 없고 이번에도 당선자 배출 난망인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정당.

그는 노동자다. 화려한 노동운동 경력을 자랑하는 무슨 무슨 노조 위원장 출신 아니다. 생계 걱정, 미래 걱정에 날마다 밤잠을 설치는 당신과 똑같은 평범한 노동자다.

선거라고 달라진 건 없었다.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장기 휴가를 낼 형편이 아니었다. 창원 마산합포 선거구에 출마한 이원희(39·노동당 마산당협위원장) 씨는 지난 1월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일과 전·후와 휴일 틈틈이 짬을 내 선거운동을 해왔다. 선거운동-출근-8시간 노동-퇴근-선거운동, 이런 나날이었다는 이야기다.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하는 오전 근무날엔 이마저도 어려웠다. 모든 걸 내던져도 될까 말까 하는 선거판에 이 무슨 기행인가, 의아해하는 분 많을 것 같다.

한데 생각해 보자. 온종일 유권자를 만나고 다녀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는,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만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현실이 과연 정상인지. 물론 이들이라고 당신의 삶 대변하지 말라는 법 없으나 어찌 절실함이 같겠나.

한 영화관에서 영사 기사로 일하는 이원희 씨는 말만 정규직이지 사실상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고, 티켓 팔고 팝콘 튀기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누구보다 생생히 느껴왔다. 예의 공약도 '최저임금 1만 원법' '기본소득 30만 원' '노동시간 단축' '재벌 특혜 방지법' 등 서민 중심으로 가득하다.

이 나라 정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도록 구조화돼 있다. 후보 공천을 둘러싼 각 계파의 혈투를 보라. 힘 있는 사람 눈 밖에 나면 그날로 끝이다. 소위 '영입 인재'나 비례대표 후보 면면도 그렇다. 전·현직 고위 공직자, 기업 CEO, 변호사, 대학교수 등 고소득·상위계층 일색이다. 한 분 한 분 살아온 과정을 따지면 존경스러운 분 많겠지만 정치는 또 이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줄 잘 서라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편 많이 만들어놓으라고, 언론·방송 등에 열심히 얼굴 팔고 다니라고, 빵빵한 스펙 갖춰놓으라고.

이원희 후보의 존재를 생각해 보는 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당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그들만의 리그'가 된 국회와 정당,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비민주적 공천이 일상화된 정당을 이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사실상 거대 기득권 정당 후보만 누릴 수 있는 선거비용 보전제도를 이대로 두는 게 맞는 것인가? 10% 이상 득표를 못하는 후보는 단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다. 한마디로 돈 없고 시간 없고 백 없고 이름 없으면 국회의원 꿈도 꾸지 말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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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신의 표는 내가 사는 지역에 더 많은 나랏돈을 끌어올 수 있는, 더 많은 걸 짓고 세울 수 있는 그런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겠다. 하나 누가 또 아나. 한 표 한 표 모이면 '작은 기적'이 일어날지. 이원희 후보가 말한 "꿈과 비전이 있다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런 본보기" 딱 그만큼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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