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마음과 만남

내가 미얀마 여행을 계획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가 기대하던 그네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간에 머무를 때였다. 늦은 밤 도착해 긴 버스 여정에 지쳐 있었기에 바로 잠자리에 들고 난 다음날이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슬리퍼를 끌고 나가 내 전문인 동네 어슬렁거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이바이크라고 불리는 전기로 움직이는 오토바이 렌털숍을 발견했다. 가격은 대충 인터넷을 보고 온 터라 흥정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이틀을 빌릴 테니 내가 원하는 가격에 해달라고 흥정가를 제시하고 나는 그렇게 이틀간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빌리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이바이크는 렌털한 숍에서만 충전된다는 것이었는데 다음날 나는 20㎞나 떨어진 다른 숙소로 이동해야하는 터였다. 게다가 여기는 대중교통이라곤 택시밖에 없다고 하는데 하루종일 이 바이크를 빌리는 가격보다 20㎞로 타고 가는 그 택시 비용이 더 비싼 게 문제였다. 예상치 못한 변수다. 나는 한국에서는 버젓한 직장에 다니는 커리어우먼이지만 배낭만 메면 여지없는 초빈곤 배낭여행객이 되어 버린다. 그런 나에게 한국에서 얼마 안되는 푼돈일지라도 여기서 하루 이바이크를 타고 다닐 값에 택시를 탄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는데 그 고민을 한순간에 털어내준 렌털숍 직원의 말. "그럼 이바이크는 하루만 빌리고 다음날은 내가 내 오토바이로 너를 숙소에 데려다 줄게. 물론 이건 무료야. 넌 거기서 또 이바이크를 빌려." 이건 내 일생에 있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오히려 공짜로 이바이크를 빌리고 거기다 추가 비용도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보통 관광객을 상대로 사는 사람들은 굉장히 상업화되어 있는데다 관광객 등쳐먹기 일쑤였는데 이곳은 달랐다. 일반 현지인들은 물론이거니와 비즈니스맨들조차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관광객, 그저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려는 그네들의 마음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감동은 그곳 바간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 그 직원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신기하게도 슈퍼맨처럼 나타났다. 내가 늦은 시간 환전소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을 때 나를 그곳으로 인도해주었고 내가 숙소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는 픽업트럭을 놓쳤을 때 20㎞나 떨어져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무료로 태워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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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많은 곳을 다니지만 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항상 멋진 장소보다 사람이다.

이번 여행에서 그의 따뜻한 마음은 내 평생 잊지 못할 미얀마의 소중한 추억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 같다. /김신형(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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