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만나다]김해 은하사 대성 스님…"역사는 변하고 흘러가는 것" 강조

'우연한 만남'을 가장 먼저 반긴 건 따스한 봄 햇살이었다. 지난 16일 경남 김해시 은하사로 향하는 일행은 나를 포함해 3명이 더 있었다. 은하사와 더불어 신어산 자락에 나란히 자리한 김해 영운고등학교 문양수 교장, 영운중학교 양희숙 교장, 영운초등학교 이헌동 교장이다. 원래는 이 교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는데, 약속한 날 은하사 대성 스님을 친견하기로 했다며 동석을 제안했다. 예기치 않은 첫 만남에서 선문답처럼 이어진 대성 스님과의 좌담은 교육, 정치, 역사 이야기를 넘나들며 깨우침과 함께, 깨우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새로운 화두를 떠안게 만들었다.

우리 것 찾지 않는 교육, 비뚤어진 가정·사회 만들어

- 최근 부모가 자식에게 몹쓸 짓 하는 사건이 많아졌다.

대성 "지나친 신문화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 것과 비교해 좋은 것을 받아들여 우리화해야지 우리 것 버리고 외국 것만 받아들이는 건 아니잖나. 지금은 잘못 가르친 세대와 잘못 받아들인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시기다. 제대로 된 사회로 가려면 부모 역할이 중요하다. 지나친 사랑이 이렇게 만든 거다."

-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해법이 모호하다.

양희숙 "부모 역할 가장 크지만 국가와 학교 모두 다 책임이 있는 것 같다."

대성 "책임을 져야 한다면 첫째 국가, 둘째 정치인인데…원인 제공은 부모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급한 마음으로 불을 끌 순 없다. 적어도 30~50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 요즘 학생들은 공부보다는 돈을 어찌 많이 벌 수 있을지 더 고민이다.

대성 "출세하면 뭐가 되느냐, 태산에 올라가거든. 태산에 올라가는데 누가 올라가? 본인이 올라가야지. 땀 흘리지 않고 올라가지나. 노력하지 않고 올라가는 건 올라간 걸로 착각하는 거다. 어떤 고통이 있다하더라도 노력하라, 참아라, 기다려라. 이 세 가지를 가슴에 담고 살아야 된다."

지난 16일 김해 영운고등학교 문양수(맨 왼쪽) 교장, 영운중학교 양희숙(왼쪽 둘째) 교장, 영운초등학교 이헌동(맨 오른쪽) 교장이 은하사 대성 스님을 친견하고 헤어지기 전, 봄볕이 내리쬐는 절 계단에서 정담을 나누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idomin.com

우리나라 정치 수준, 이 정도밖에 안돼

- 현재 정치 어떤 것 같나.

대성 "스텝바이스텝(step by step) 걸어가고 있는 거지. 정치라는 스텝이 국민 수준이다. 지금 우리나라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잘하면 얼마나 잘할 것이며 또 못하면 얼마나 못할 것인가.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 정치를 변화시킬 방안은 없나.

대성 "1940년대 이후 지성인 중 카를 마르크스에 안 빠진 사람이 없었다. 한 국가를 놓고 모든 걸 공유하자, 차별하지 말고 똑같이 나누자. 멋진 것 아니오. 국가 전체적으론 그 사상이 옳았지만 지배층이 모든 걸 장악할 줄은 몰랐다."

- 남한에서 받아들인 자유평등주의는 어떤가.

대성 "남한에서는 민주주의 한다고 과거 민족사를 깡그리 무시하고 미국 더티문화만 다 받아들였다. 1950년대 학교 다닐 때 팝송, 소화제, 헌옷, 우유 등 태평양에 버렸던 것들을 구호품으로 줬는데, 교회에 가야만 줬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신을 말살시키려고 승려들에게 결혼을 시켰다. 독립운동가라는 한용운 스님도 승려가 장가가야 한다고 불교유신론에 글을 썼다. 압력을 받아서 썼는진 몰라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정부 잘못

- 고대사를 아는 게 역사 인식의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대성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부터 문제다. 고종 황제를 옹립하지 않고 일본이 폐위시킨 걸 그대로 유지했다. 독립운동 정신이 없어진 건데, 원인 분석 안 하고 현재 대한민국 탄생된 것만 부각을 한다. 중국이 고고학에서 중국 25사를 18번 뜯어고쳤는데 우리나라를 빼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고대에 우리나라가 중국을 지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문양수 "독립운동가들이 고종 황제를 옹립해 조선 복원을 안 했다는 건 처음 듣는다. 조선을 다시 옹립하자는 게 독립운동이었지 않나?"

대성 "미국에서 조선 통치를 하려고 보낸 사람이 이승만이었고, 처음부터 황제 옹립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역사를 2세들이 제대로 알고 가야 하지 않는가."

- 국정교과서 문제도 역사적 분석 필요하다.

이헌동 "올해 3월에 초등 사회교과서가 새로 나왔다. 6학년 1학기는 근현대사, 5학년 2학기는 고대사~조선시대다. 근데 일제강점기 내용을 다 줄였고, 독립운동 부분도 다 줄였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 정부 수립 그걸 건립으로 본다. 초등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 이런 것을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설명 안 한다. 교육이 정치 영향 안 받고 바로 서려면 대통령이 누구든 교육에 간섭하면 안 된다."

대성 "역사는 변하고 흘러간다는 걸 몰라서 그렇다."

이헌동 "한국의 장점이 역동성, 다이내믹이라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의외로 절묘한 결과 나올 수 있다."

대성 "조선시대 20명 리더 중 하나가 서산대사였다. 근대사회는 용성, 성철 스님이 있었지만 다 돌아가셔서 사회에서 불교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지금은 민초들이 기댈 인물이 없는 혼란기다. 혼란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이 시기가 지나면 또 중심 역할 할 인물이 탄생할 것이다."

녹산·용원 지역에 인도촌이 있었다?

- 남방불교전래설 권위자라고 들었다.

대성 "장유화상이 달마보다 오래전에 김해 장유에 왔다. 장유가 얼마나 좋으면 어린 동생(허왕후)을 이역만리까지 데리고 왔겠나. 수백 명이 따라왔겠지. 인도 사람과 추종자들이 집을 짓고 살았을 거고. 통일신라 이후에 절 지었을 거다. 은하사 밑 초선대에 장유화상 모셔놨는데 AD 48년에 가락국 됐다고 돼 있다. 인도촌이 있었을 거다."

- 인도촌은 어디라고 추측하는지.

대성 "녹산·용원 쪽 바닷가일 것으로 추측된다. 흔적은 없지만 명월사지가 있다. 달 밝은 밤에 부모 형제를 그리워해서 명월사라 지은 것 같다. 명월사지 주변에 인도촌이 있었을 확률이 높다."

- 우리나라에도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대성 "고대사 연구가 미약해 근현대사까지 연결 짓는 연구가 필요하다. 고고학, 가야사 등을 공론화해서 토론을 벌이고 고증해 나가야 한다. 고대사는 알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김해지역 지명 변천사가 곧 가야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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