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 래길에서 사부작] (6) 3코스 구운몽길(개통예정구간) 벽련마을∼천하마을 15.6㎞ 5시간 30분

남해바래길 '3코스 구운몽길'은 사실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길이 아니다. 환경 보호와 안전 문제로 한려해상국립공원 쪽과 협의가 잘 되지 않아서다. 그래서 공식적인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없다. 게다가 코스 대부분이 깊은 숲을 지나고 있어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코스 중간 중간 낭떠러지 주변은 위험한 곳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제대로 탐방로가 조성되지 않았기에 탐방을 권장하지 않는다'가 한려해상국립공원 공식 입장이다. 남해군도 이를 고려해 3코스를 계획구간 또는 미개통구간으로 표시하고 있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3코스 전체 예정 코스는 공식적으로 탐방로가 개설된 후 걷는 것도 좋겠다.

◇노도를 곁에 끼고

구운몽길(미개통 구간)은 남해군 상주면 벽련마을에서 시작한다. 마을 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국도 19호선에서 바로 마을 입구로 길이 연결된다. 그러니까 마을 입구가 마을보다 제법 높다. 이곳에서 노도를 바라본다. 노도는 조선 후기 문인이자 소설가인 서포 김만중(1637~1692)이 유배 와 살다가 죽은 섬이다. <서포만필>과 <사씨남정기>가 이 섬에서 태어났다.

벽련마을 입구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체력과 시간을 아끼려면 국도 19호선을 그대로 따라 다음 두모마을까지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래길 탐방센터는 아예 대량마을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안내한다. 고민 끝에 산길을 걷기로 한다. 마을 해안 오른쪽에 벽련항이 있다. 벽련항을 지나 찻길이 끊어진 곳에서 걷기 시작한다.

남해군 상주면 두모마을 들어가는 길. 마을 뒤로 금산이 우뚝하다. 남해바래길 3코스는 아직 제대로 된 탐방로가 조성되지 않았다. 대부분 깊은 숲을 지나지만 곳곳에서 이처럼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서후 기자

오르막을 조금 오르면 곧 길이 정겨워진다. 숲이 깊어 산속에 푹 안긴 느낌이 든다. 드문드문 앞서 길을 걸었던 사람이 남긴 산행 표시 리본이 나타나 길동무가 된다. 몸이 좀 풀렸다 싶을 때 즈음 내리막이 시작된다. 정면에 있던 노도는 어느새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 있다. 그리고 다시 완만한 경사로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르막이 힘들다 싶을 때 송전탑이 하나 나온다. 윙윙 소리를 내며 고압 전류가 노도를 향하고 있다. 송전탑을 지나면 갑자기 급경사 내리막이다. 곧 건너편으로 두모마을 선착장이 보인다. 바다는 두모마을 앞까지 깊이 들어와 있는데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은 긴 모래사장을 벌이고서야 바다와 만난다. 멀리서 봐도 물이 맑은 게 선명하게 보인다. 마을 뒤편으로는 금산이 우뚝하다.

◇아담한 어항들을 지나고

마을로 들어선 길은 하천으로 내려간다. 다리를 따라 하천을 건넌다. 바로 조그만 공원이 나오는데 화장실도 있으니 힘들면 쉬어 가도록 하자. 공원을 지나서 오른쪽으로 선착장을 향해 간다. 그러다 왼편으로 처음 나오는 오르막 샛길로 접어든다.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다. 샛길 초입에 산행 표시 리본들이 있다. 오르막길 주변은 낡고 정겨운 집들이 듬성듬성 풍경을 이루고 있다.

잠시 후 시멘트 길 왼편으로 나 있는 흙길로 들어선다. 길이 좁고 풀이 우거져 있다. 길 가 펜션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들어서면 해안도로에 닿는다. 이 주변에서 길을 잃을 가능성이 큰데 무조건 위편 도로 쪽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방향을 잡자. 소량마을로 향하는 도로는 차선도, 갓길도 없어 조심해야 한다. 그나마 지나는 차가 적은 게 다행이다. 고개를 넘으면 아담하고 정갈한 어항이 보인다. 소량마을이다. 설렁설렁 내리막을 걷는다. 그대로 도로를 따라 마을을 가로질러도 되고, 시간을 내 선착장 쪽으로 둘러봐도 좋겠다.

소량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다시 언덕을 하나 넘으면 대량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해안도로는 여기에서 끊어진다. 군내버스는 이곳까지 들어온 후 왔던 길을 되돌아 소량마을로 향한다. 정류장을 지나 마을 선착장에 가 닿을 때쯤 왼편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오르막을 오른다. 숨이 차면서 오르막이 참 끈질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경사가 잦아들면서 길이 평평해진다. 곧 아스팔트 포장이 사라지고 시멘트길이다. 그리고 이내 흙길로 이어진다. 흙길로 접어들자마자 오른쪽 샛길로 들어가야 한다. 길을 잃기 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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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모래사장을 만나다

다시 본격적인 산행이다. 산길 자체는 힘들지 않지만, 숲이 깊고 인적이 드물어 으스스한 기분마저 든다. 숲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나는 바다 풍경은 목 마를 때 마신 물처럼 후련하다. 중간 중간 갈림길이 많고 바로 옆으로 바닷가 암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벼랑길과 숲길을 한참 걸어야 겨우 상주마을에 닿는다. 대량마을에서 상주마을에 이르는 6㎞ 숲길은 한번 들어서면 중간에 빠져나올 수가 없으니 너무 늦지 않도록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상주해수욕장에서는 모래사장을 걷든, 송림을 걷든 모두 즐겁다. 모래사장을 에돌아 유람선 선착장에 거의 닿을 즈음 왼편 산길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다시 숲 속이다. 마찬가지로 오르락내리락 해안 절벽을 지나는 길이다. 고개를 하나 넘으면 금포마을이다. 고개 정상에는 근처 해안이 과거 간첩침투지역이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서 있다.

고개를 넘자마자 금포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등성이를 따라 황토밭이 가지런하게 마을까지 이어져 있다. 길은 황토밭 사이를 여유 있게 돌아서 마을로 들어간다. 고샅을 따라 바닷가로 빠져나와 몽돌해변을 따라 걸으면 곧 천하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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