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창원도매물류센터 1년] (하) 과제
투명 경영·조합 결속력 강화, 공산품 외 품목 확대 필요, 소매점 조합원 참여 늘려야

경남 창원에는 백화점 5개(롯데백화점 마산점·창원점·영플라자,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대동백화점), 롯데마트 5개, 홈플러스 3개, 이마트 2개, 아웃렛 1개 등 총 16개 대형 유통점이 있다. 여기에 동네골목상권에 더 치명적인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무더기 진출하는 동안 소상공인 안전장치는 미흡했다. 경남창원도매물류센터(이하 창원물류센터) 건립 역시 늦은 감이 있다.

전국에는 33개의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가 운영 중이다. 2004년 3월 제주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건립 이후 2010년까지 17개가 줄줄이 들어섰다. 2010년 이후에도 건립 중인 3곳을 포함해 19개가 추가됐다. 도내에도 거제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가 2006년 12월 처음 들어섰다. 2015년 창원물류센터에 이어 진주에서 12월 개소했다.

이 중 흑자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적자 운영으로 운영 주체가 바뀌는 사례도 있다. 운영주체가 슈퍼조합 일색인 전국 도매물류센터 중에서 창원물류센터는 전국 최초로 도매인-소매인-지역생산업자들이 모여 건립해 성공 여부에 여러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국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창원물류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최초이자 최고 '제주중소유통물류센터' =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이사장 조병선)이 운영 주체가 된 제주중소유통물류센터는 2004년 1센터 건립에 이어 2009년 2차 센터를 건립했다.

제주 동네 골목상권의 30~40%, 나들가게 절반 이상이 제주물류센터를 이용한다. '섬'이라는 지역 특성이 활성화에 반영됐다. 배와 비행기에 실은 물류비용이 개인에게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똘똘 뭉쳐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요인도 적잖이 있다. 여기에 제주물류센터는 구색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국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중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제주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전경.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물류센터 취급상품 품목 수는 4438개로 제조사 직거래 업체가 72곳, 제조사 대리점 42곳을 두고 있다. 여기에 채소, 청과, 축산물, 수산물 등 1차 신선식품을 위주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제주물류센터는 2012년 292억 원, 2013년 300억 원, 2014년 356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운영실적을 보이고 있다.

제주물류센터 전계하 상무는 "정조합원 250여 명은 출자를 통해 모두 주주다. 이용자인 동시에 물류센터가 잘돼야 한다는 주인 의식이 있다. 무엇보다 이용 점포 99%에 배송을 하기 때문에 점주가 가만히 앉아서 점포를 운영하는 것에 만족도가 높다. 신뢰가 없으면 어려운 형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자에 허덕…운영 주체 바뀌기도 =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2013년 5월 기준)에 따르면 운영 중인 전국 33개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 중 적자는 7곳, 경영 실적에 무응답한 곳이 7곳이다.

2006년 건립한 대전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는 매년 커지는 적자 폭으로 지역사회에서 도마에 올랐다.

논란 끝에 2013년 존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3년 기준 물류센터 영업 손실금은 총 4억 원, 120명 정회원 수도 69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전물류센터뿐 아니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물류센터의 문제점은 여러가지가 꼽힌다.

먼저 제도적으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은 있어도 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과 준비 평가 미흡으로 낭비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슈퍼조합이 운영 주체로 구매·물류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는 재고와 결품 증가, 운영자금 증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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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점에 편의점의 편리함 줄 것" = 창원물류센터는 이제 1년이 지났다. 올해 1차 신선식품을 보강하고 주류를 취급해 현재 상승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창원물류센터를 성공 궤도에 올리려면 보완해야 할 점이 뭘까?

제주물류센터 전 상무는 "창원은 소매점이 구매 루트가 많아 제주와 같이 물류센터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다. 1차 신선식품은 중매인 유치도 어렵고 수익이 남지 않아 우리도 미끼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산품 외 품목 다양화로 원스톱 매입이 가능한 편의성, 가격 경쟁력이 밑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배송시스템, 투명 경영 등 제주물류센터와 유사한 구조로 운영하는 창원물류센터의 가장 큰 고민은 홍보다. 창원도매물류센터 위치는 물론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매인도 많다. 여기에 경남창원생활용품사업협동조합이 운영 주체가 돼 도매인 중심이라는 인식을 깨고 싶다.

경남창원도매물류센터 유수열 기획이사./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유수열 창원물류센터 기획이사는 "현재 도매인과 소매인 조합원 비중이 8대 2이지만 소매인 조합원이 늘어 비중이 커지길 바라고 있다. 1주년 홍보 전단을 돌리고 점포를 방문해 홍보하고 있지만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물류센터는 일간신문에 할인 상품을 홍보해 소매점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눈도장을 찍고 있다. 매월 2회 이상 50여 개 상품을 할인 행사해 종류가 많고 저렴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 나가고 있다.

창원물류센터는 전국 성공과 실패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5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모든 시스템은 구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 신선식품과 주류 취급을 위해 설립 초반에 냉동냉장차량, 냉동차량 등을 갖췄다. 소매점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일 테다.

유 기획이사는 "목적 상품만 갖다놓고 판매하는 일부 물류센터처럼 단순한 물류 개념이 아닌 센터 기능에 충실할 것이다. 본부 창고에서 당일 필요한 물품을 한꺼번에 모아 배송하는 편의점 시스템으로 가고자 플랫폼은 마련됐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 최고 성공적인 지역 공동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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