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공동체 첫걸음 내딛는 설렘…친구여, 멀리 보고 꿈을 위해 걸어가세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이성부 시인의 시 '봄' 첫 구절이다. 그렇다. 봄, 너는 어느새 내 곁에 성큼 다가왔구나. 경칩 지난 지도 오래전이고 춘분도 엊그제 지났으니 그래, 이젠 정말 봄이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었던가.

사랑하는 친구여, 부디 올봄엔 꼭 남해 상주로 놀러 오시게나. 머잖아 벚꽃도 흐드러지게 피겠지. 그 벚꽃터널 지나 상주해수욕장까지 냅다 달려오시게. 이 봄밤을 자네와 함께 하염없이 걷고 또 걷고 싶구려. 총선 정치판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 또한 꽃잎 지듯 이내 지고 말겠지. 늘 그래왔듯이, 절망하고 또 절망하더라도 우리는 순간순간 찰나찰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네.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우리는 또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꿈과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세나. 나는 방금 휘영청 달 밝은 봄밤을 홀로 거닐다가 들어왔다네.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백목련 앞에서 잠시 넋을 빼고 섰다가, 파도소리 철썩이는 은모래 해수욕장을 걷다가, 깊은 밤 아이들이 잠든 기숙사에 들어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네. 2년 전 태봉고 기숙사를 떠나 남해로 들어올 때는 이렇게 다시 기숙사 생활을 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었지. 교육마을에 내 집부터 먼저 지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은 꿈은 뒤로 미루고 우선 기숙사부터 짓게 되었다네.

돌이켜 보면 지난 2년은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지. 새로 지은 기숙사에서 첫날밤을 맞는 오늘은 만감이 교차하여 잠을 이룰 수 없다네.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려내고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를 만들어 볼 거라는 야심찬 꿈. 그 꿈의 첫 보금자리를 '남해금산 교육마을'이라고 이름 짓고, 10년 또는 20년이나 30년 뒤에는 마침내 보물섬 남해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교육공화국으로 만들어보겠다는 맹랑한 꿈. 그 꿈 하나 이제 겨우 첫걸음 내딛지만, 이 봄밤 설레는 마음 가눌 길이 없다네.

친구여, 자네도 벌써 아시다시피 이제 상주중학교는 경남 최초의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되어 올해 첫 신입생을 맞이하였지. 앞으로 6학급이 완성되면 전교생 90명의 작은 학교로 운영될 것이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둘러싸인 이 아름다운 바닷가에 최고 시설의 기숙사를 짓고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삶의 학교, 꿈의 학교로 새 출발하는 걸세. 100년 뒤에도 살아남을 행복한 마을학교를 꿈꾸며.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인들 어찌 없었겠는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네. 여전히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오해와 편견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고, 또 몇몇 분들의 이런저런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었지. 물론 꿈틀꿈틀 변화를 꿈꾸는 사람에게 이런 시련쯤은 보약인 셈이지. 그래도 우리의 꿈을 적극 지지해주고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4월 1일이면 드디어 '기숙사 개관식·특성화중학교 출범잔치'를 연다네. 교육공동체가 다함께 모여 펼치는 1박 2일 동안의 신나고 즐거운 잔치 한마당. 친구여, 자네도 이 행복한 잔치에 초대하네. 꼭 오시게나.

나는 올해의 교무수첩 맨 앞장에 이성부의 시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를 적어놓았다네. 마지막 연을 여기에 옮겨봄세.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이제부터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더 어려운 바위벼랑과 비바람 맞을지라도/ 더 안 보이는 안개에 묻힐지라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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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우리 다시 멀리보고 함께 가세나. 멀리보고 가는 길은 사랑이라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함께 걸으면 그 길이 곧 새로운 길이 되는 걸세. 그러니 우리 앞이 모두 길이라네. 함께 가세 우리 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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