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해이어보] 13편

3월도 하순에 접어들어 이제 완연한 봄이다. 이번 <우해이어보> 낚시 여행은 우해 속의 양섬(양도·羊島)으로 떠났다. 봄바람도 쐴 겸 모처럼 도다리 출조에 나선 날은 나무에 한창 물 올리느라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던 그런 날이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 선창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는 도선을 타려고 아침 일찍 김해에서 출발한 차에 창원과 마산 밤밭고개에서 한둘씩 합류하니 동행이 7명이나 됐다.

양도는 진동면 고현리에 딸린 작은 섬으로 하늘에서 본 모습은 북서쪽을 꼭짓점으로 한 세모꼴이다. 마을은 섬의 동북쪽에 형성돼 있고, 남쪽 황무실에도 몇 집이 더 있다. 우리는 선착장에서 손수레를 구해 섬의 동쪽 방파제로 가서 짐을 부렸다. 짐만 보면, 그날 양섬 주변에 있는 고기는 다 낚아 올릴 태세였지만, 실은 두어 분만 낚시를 했고, 다른 이들은 초춘의 양광을 맞으러 나온 상춘객이라 해야지 옳을 성싶다.

두 명의 낚시꾼은 섬의 동쪽 방파제를 포인트로 삼고 낚시를 드리운 채 어신을 기다리고, 동행한 두 여성은 도다리쑥국을 기대하고 근처 볕 좋은 곳에 돋아난 쑥을 채집했다. 모처럼 이 낯선 섬에서 남성과 여성의 인류학적 역할에 충실하면서.

도다리.유사 어종과 비교했을 때마름모꼴 몸통과작은 흑갈색 반점이 특징적이다.

도다리는 <우해이어보>에 '도달어'라고 나온다. 담정은 "도다리 역시 가자미 종류"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도다리는 가자밋과에 속하는데,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이 많아 늘 논란이 된다. 여기에 넙치까지 끼어들고 보면 이들을 구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고기 좀 안다는 축에 드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좌광우도니 삼삼둘둘이 어쩌니, 이빨이 있느니 없느니 하면서 아는 체를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준비하다 보니 그게 그렇게 만만하게 분류될 만한 것이 아니다. 우선 도다리라는 것조차 제 이름을 문치가자미에게 내주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아는 도다리는 꽤 귀한 어종이 되어 자연산을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끝자락에 고현 앞바다에서 꼬시락과 함께 낚은 녀석도 지금 여러 자료를 비교해 보니 도다리가 아니라 문치가자미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녀석을 도다리라 부르고, 횟집에서도 그렇게 팔고 있다. 지금 한창 제철을 맞은 도다리쑥국에 들어가는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고, 도다리 행세하는 문치가자미가 도다리 철을 봄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태원의 <현산어보를 찾아서>에는 문치가자미 말고도 흑산도 현지인들이 해풍대기(수접·해풍대)라 하는 돌가자미가 서해안에서는 도다리로 불린다고 한다. 그래도 이 녀석들은 자연산이니 봐 줄만 하다.

향긋한 쑥 냄새와 시원한 생선 국물이 어우러져봄철 별미로 꼽히는 도다리쑥국.고단백 저칼로리 영양식으로 인기다./연합뉴스

이 두 녀석과 더불어 도다리 행세를 하는 대표 어종이 가두어 키운 강도다리다. 봄철 횟집에서 도다리 횟감으로 내놓는 게 대부분 이 녀석인데, 도다리와 비슷하게 마름모꼴에 가깝게 생긴 몸통에 지느러미에 검은 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글감을 구하러 들른 마산 어시장의 한 횟집 주인에게 설명을 부탁하니 소위 도다리라는 놈을 뜰채에 한가득 떠올려 기실은 가자미라 말해 주었다.

도다리를 포함한 가자미목 가자밋과와 넙칫과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목(比目)이다. <우해이어보>에서는 "눈이 나란히 붙었고, 등은 매우 검다"고 했다. 이것만으로는 가자밋과의 어느 것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비목이라 한 것은 변태 이후 눈이 한쪽으로 쏠리고, 배를 바다 바닥에 붙이고 생활하는 습성에 의해 눈이 등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중국에서는 이 고기를 몸의 한쪽에만 눈이 있다고 여겨 비목어(比目魚)라 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전설 속의 외눈박이 물고기로서 암수 두 마리가 함께 있을 때만 제대로 하나가 된다고 하여 비익조(比翼鳥)와 더불어 연인과 부부의 금슬을 상징하므로 종종 사랑시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담정은 이어 이렇게 적었다. "맛은 감미롭고 구워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이 물고기는 가을이 지나면서 비로소 살이 찌고 커진다. 큰 것은 3, 4척이나 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가을도다리 혹은 서리도다리라고 한다." 그는 도다리는 구워서 먹는 것이 더욱 맛있으며, 요즘 우리가 도다리를 봄에 즐겨 먹는 것과는 달리 당시에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즐겨 먹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이 고기가 가을이 지나면서 비로소 살이 찌고 커지기 때문인데, 이 즈음이 도다리의 산란철이라서 그렇다. 요즘이야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자 알을 낳는 겨울에는 어로를 금하지만, 그때야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 살찌고 알찬 늦가을이 제철이었을 터이다.

▲ 도다리를 잡기 어려워지면서 도다리쑥국 재료로 대신 쓰이는 문치가자미. 도다리와 비슷하게 생겨 구분하기 어렵다.

최근 통영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도다리와 문치가자미에 대한 흥미로운 생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어종 모두 저서육식성어류로서 도다리는 갯지렁이류, 단각류, 모래말미잘을 잡아먹고, 문치가자미는 단각류, 이매패류, 갯지렁이류를 주요 먹이 생물로 삼는다는 것이다. 도다리의 산란기는 9~11월, 문치가자미는 11~1월로 나타났다. 도다리의 최고 연령은 암컷 5세, 수컷 4세로 조사됐고, 최대 체장은 암컷 24.6㎝, 수컷은 그보다 1㎝가 더 작았다. 이것은 담정의 기록과 차이가 있다. 특히 몸길이가 그런데, 담정이 서너 자라고 한 것은 넙치(광어)에게서나 가능한 크기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보면 도다리와 문치가자미는 모두 가자밋과에 속한다. 두 어종은 우리나라 전 연안과 일본, 동중국해 등지의 모래와 개펄로 이루어진 연안에 서식하며, 먹이 활동과 산란을 위해 얕은 연안에서 깊은 근해로 회유한다고 한다. 두 어종 모두 겨울 전후로 산란하고, 부화 후 1년에 10㎝, 2년에 17㎝, 3년에 21㎝ 성장하며, 다 자란 성어는 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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