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거제 양달석 화백 조명 작업

미술교과서에 '나물 캐는 소녀' 작품 수록, 한국화가 100인선 등재. 거제 출신 양달석(1908~1984) 화백과 관련한 기록 일부다. 양 화백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도 대중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서양화가 1세대로 동시대에 활동했던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등의 작가를 기념하는 사업은 활발하지만, 양 화백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17일 오후 7시 거제문화예술회관 양달석 특별전을 여는 곳 바로 옆 카페에서 양달석 화백을 조명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모임이 열렸다. 미술비평가, 유족, 지역 미술계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소와 함께한 화가 = 거제 사등면 출신의 양 화백은 어린 시절 부모를 일찍 여의고 큰아버지 댁에서 자랐다. 당시 소를 기르며 어렵게 지내던 시절의 기억이 평생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림 속에 산과 들에 소와 함께 있는 목동의 모습이 유독 많다. 소와 목동이 등장하는 평화롭고 목가적인 농촌풍경을 묘사해 '동심의 화가'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거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양달석 특별전. /우귀화 기자

양 화백은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면서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에 들어섰고, 일본 제국미술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1942년 통영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1946년부터 1955년까지 부산미술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부산 지역 최초의 서양화 동인 '춘광회'를 창립해 활동하기도 했다. 1973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현대미술: 한국현역작가 100인'전에서 작품을 전시했고, 1977년 금성출판사 <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 100인선>에 이름을 올렸다.

양 화백의 큰딸 양혜정(78) 씨는 "아버지는 평생 전업 작가로, 생전에 작품을 많이 그리셨다. 오로지 작품을 팔아 가족을 돌봤다. 전시회도 많이 하셨지만, 다른 작고 작가보다 덜 알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산 양달석 화백.

◇근대미술 작가로서의 큰 의미 = 김동화(48) 미술비평가(정신과 전문의)는 "우리나라는 기록물 보존이 취약하다. 근대미술 100년도 마찬가지다. 당시에 어떤 전시가 이뤄졌고, 어떤 정황에서 작가들의 궤적이 어땠는지 남아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 그런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양달석 화백에 관한 자료도 모으게 됐다. 양달석 화백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거의 최초의 서양화단 작가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양 화백은 부산·경남 양화 도입 역사에서 큰 역할을 했고, 민화, 서민 정서 등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정비해 서양화 기법으로 표현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독창적인 양식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정립한 작가라는 것. 유년기 불행 등으로 분노를 화면에 투사하는 야수파적 화풍의 그림을 그리다, 한국 전쟁이 끝난 1960년대 이후부터는 평화로운 목가적 이상향을 그려왔다고 했다.

지난 17일 오후 7시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양달석 특별전 개막 기념 행사가 열렸다. 양달석 화백의 딸 양혜정 씨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귀화 기자

<화골> 컬렉션집, <줄탁> 평론집 등의 책을 펴냈던 김 비평가는 양달석 화백의 평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돈이 없어 '화구(畵具)냐, 아들 약값이냐'를 고민했던 작가의 모습 등 굴곡진 인생을 담아낼 예정이다.

◇기념사업회, 미술관 건립 목표 = 양달석 특별전을 준비하고, 이날 기념행사를 준비한 주최는 여산양달석기념사업회다. 거제 지역 예술인, 유족 등이 중심이 돼 지난 2014년 12월 발족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해 양 화백의 작품과 자료를 수집해 전시를 준비했고, 올해 1월 정식 출범했다. 저술 활동, 문화제 개최, 생가 복원, 미술관 건립 등의 목표를 세웠다.

권용복 여산양달석기념사업회 회장은 "이번에 30년 만에 고향 거제에서 양달석 화백 전시를 열고 있다. 거제 사등면 고개 하나만 넘으면 청마 유치환의 고향이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예술가의 고향을 중심으로 문화적 토양을 스토리텔링해서 문화 벨트를 만들고자 한다. 소중한 우리 문화 인물임에도 그 존재가 잊혀가는 양 화백을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달석 화백의 '농가'
양달석 화백의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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