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맘대로 여행]76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세계 5대 기후 생태계 재현
대표 동·식물 2400종 전시

한낮의 햇살이 주는 온기가 흐릿했던 봄의 기억을 일깨운다. 꽃망울을 온전히 터뜨릴 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하지만 서둘러 봄 여행을 떠났다.

또 하나의 작은 지구, 국립생태원(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국립생태원은 우리나라의 숲과 습지 외에도 세계 기후대별 다양한 생태계를 간직한 곳이다.

국립생태원이 여느 수목원이나 동물원과 구별되는 이유는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조사와 연구, 무분별한 생태계 훼손과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복원해 내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라는 큰 선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중하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숙제를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생태원은 내부 전시·체험 공간인 에코리움과 습지와 연못 등이 있는 외부 체험 지역으로 나뉜다.

개미세계탐험전

표를 구입하고 생태원에 들어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생태원 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입구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전기차. 에코리움까지 운행되는 전기차는 6분 간격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습지생태원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 생태원의 랜드마크인 완만한 곡선의 웅장한 건물 에코리움에 도착했다. 열대와 사막, 지중해와 온대, 극지관 등 세계 5대 기후대를 재현해 놓은 것은 물론 기후대별 대표 식물을 비롯해 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 2400여 종의 동·식물이 함께 전시돼 있다.

우선 개미세계탐험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미'를 주제로 이들이 지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개미 특유의 습성 등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하얀 가운을 받아 입은 아이들은 짐짓 진지하게 개미를 관찰한다.

기획전시실을 나오면 본격적인 세계 여행이 시작된다.

먼저 열대관이다. 1년 내내 비가 내리는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의 습한 열대우림지역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열기가 후끈하다. 카메라 렌즈엔 금세 김이 서린다.

열대관.1년 내내 비가 오는 열대우림지역을 재현했다.아마존 담수어를 관찰하는 아이들.

얼마 만에 만나는 초록의 향연인가. 끝 간 데 없이 올라간 열대 우림을 미로 속을 걷듯 헤맨다. 길목에서 알다브라 육지 거북도 만나고 아마존 담수어, 필리핀 돛꼬리 도마뱀도 만난다.

열대관에서 습기를 제거한, 딱 그만큼의 건조함과 열기로 가득한 사막관. 소노라, 모하비, 나미브 사막을 재현한 이곳에서는 450여 종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물론 검은꼬리 프레리도그 같은 사막 동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가 입장을 반기는 지중해관은 아기자기하다. 여름이 건조한 지중해 날씨 때문에 수분을 잃지 않도록 잎이 작고 단단한 경엽수림이 대거 진열돼 있다. 허브식물들의 향기에 취하고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에게선 시선을 떼기가 힘들다.

제주 난온대림과 계곡 및 곶자왈을 재현해낸 온대관은 한강수계에 서식하는 황쏘가리, 수달 등이 전시돼 있다.

평균 10도 이하로 유지되는 극지관은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시작으로 침엽수림이 발달한 타이가숲, 툰드라 지역을 체험할 수 있다. 우는토끼, 북극여우, 북극곰 등 다양한 박제표본으로 극지 생태계를 재현해 놓았다.

극지관.북극곰 박제표본.

에코리움은 단순히 지구 생태계를 전시한 곡선 건축물이 아니다. 시스템에서도 친환경적인 모습을 갖췄다. 냉난방 에너지 일부는 지하 10m 이하의 지열을 펌프로 끌어올려 사용하며 연중 온도 약 15도를 유지하고 있다. 온실 창틀 내부에 온수를 순환시켜 온도를 유지하며, 건물에 내린 빗물은 나무를 위해 재활용된다.

국립생태원의 외부 공간은 크게 하다람·금구리·나저어·고대륙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금구리 구역은 다시 용화실못과 금구리못으로 나뉘는데 용화실못은 생태원의 가장 큰 못으로 생태원 전체에 물을 공급하면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습지생태계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금구리못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연못생태계를 재현해냈는데 금개구리, 흰뺨검둥오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 물에 사는 생물들의 쉼터 나저어구역과 백두산·설악산·지리산 등 고산에 자생하는 희귀식물이 있는 하다람구역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정문에서 이어지는 방문자센터는 국립생태원 관람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어린이 3000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