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 급급 통영시, 마을 통째 업체에 퍼주기?
호텔 측 '토지 우선 매입권·시 행사 주관'도마 올라
도남관광지 숙박사업권 독점도…시 "인센티브일 뿐"

스탠포드호텔 건립과 주민 보상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경남 통영시 도남동 큰발개마을에 대해 통영시가 강제 수용의사를 밝힌 지 꽤 됐다. 하지만 시는 '마을 매입 후 사들인 땅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사놓고 보자'는 것인데, 일부에서는 이 '계획 없는 매입'을 곱게 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스탠포드호텔과 상호 의무 등을 협약했다. 문제가 되는 협약이 몇 개 있었고, 이 중 '사업대상지(스탠포드호텔) 주변에 시유지 매각 시 스탠포드호텔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는 내용은 특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논란은 지금 ㈜삼호가 짓는 '호텔 주변에 시 소유 땅이 생기면 스탠포드호텔이 제일 먼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보상 후 호텔 '주변'에 '시유지'가 될 땅은 사실상 큰발개마을뿐이다. 통영시의회 한 의원은 "이 협약 내용은 마을 땅을 사 호텔에 준다는 노골적인 표시다. 분명한 특혜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동진 통영시장은 지난해 12월 시의회에 출석해 "특혜가 아닌 외자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라고 말한 적이 있다.

큰발개마을 수용과 호텔 건립과 관련해 시와 스탠포드호텔 협약은 계속해 논란 중이다.

협약서에는 특히 '도남관광지 내 숙박시설 추가 개발 계획이 있는 경우 스탠포드호텔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도남관광지 구역은 통영국제음악당과 공사 중인 스탠포드호텔 터를 포함한 통영시 도남동 소방서 인근부터 수륙터 공설해수욕장 공중화장실 인근까지다. 거의 1㎞ 이상으로 도남동 상권이 집중된 곳이다.

통영시 도남동 큰발개마을 뒤편 스탠포드호텔 건설 현장을 가리키고 있는 김성수 대책위원장. /허동정 기자

이 협약에 따라 시는 이 지역에 숙박시설을 지으려면 일단 호텔 측과 협의해야 한다.

그래서 이 조항은 자치단체 고유권한을 사기업과 나눴다는 비난과 함께 '굴욕적' 조항이라고 일컬어진다.

협약서에는 또 '통영시 각종 행사 개최 시 행사 주관 호텔로 지정 노력한다'는 문구도 논란이 되고 있다.

통영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시가 외자 유치란 이름으로 스탠포드호텔을 영업해 주는 것과 같다. 너무 호텔에 끌려다닌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스탠포드가 들어서면 중소 호텔과 펜션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발개마을에는 현재 '평당 150만 원 보상이 웬 말이냐?'라는 주민 하소연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보상을 거부한 큰발개마을 23가구가 집단이주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13년께 마을 땅과 주택 주인은 90명 정도였다. 하지만 70명 정도가 떠나고 지금은 3대 이상을 산 주민을 포함해 대부분 토박이가 남아 있다.

투기보다 터전에서 계속 살고 싶어 남은 이들은 정치인 찾아가기, 거리집회 등을 하며 3년여를 싸웠다.

1차 감정평가 후 2차 감정평가가 되면 결국 강제수용되는 법적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세월과 함께 1983년 도남관광지로 지정되면서 수십 년을 도심 속 시골마을로 살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일 스탠포드호텔 공사 현장에서는 처음으로 폭파가 진행됐다. 소리가 크지 않았고 흔들림도 없었지만 주민들은 '폭파'가 주는 의미 때문인지 이날 특히 침울해했다.

큰발개마을 대책위 김성수 위원장은 "붙은 땅 중 하나는 129만 원이고 하나는 218만 원인 곳도 있다. 투기꾼들은 일찍 보상받고 떠났다. 마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우리 토박이들은 고향에 살든지, 집단이주해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시는 도남관광지 개발이라는 큰 그림에서 일단 마을을 수용하자는 견해다. 시 관계자는 "(큰발개마을 수용 후)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뚜렷한 것은 없다. 매입해 놓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자는 것이다. 땅값이 비싸질 것을 우려해 우선 매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와 함께 "2차 감정평가를 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원하는 어떤 감정평가사를 데려와도 좋다. 보상을 많이 해 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주민들은 미래 가치를 생각해서 평가해달라고 하지만 법적으로 현실보상밖에 할 수 없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 집단이주는 검토했지만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강제수용보다 현재 협의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 시 견해다"라고 밝혔다.

한편 주민들과 대립 위치에 놓인 '스탠포드호텔&리조트'는 공사비 520억 원을 투입해 150객실과 콘도 118실 등을 갖추고 2017년 상반기 완공할 예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