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열기 더할수록 기자들 '신중·긴장'
기자협회·언론사도 자체 보도준칙 점검

각 정당에서 슬슬 공천을 마무리하는 시기다. 이제 본격적으로 총선 기사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선거 보도 원칙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예전 같으면 후보들이 공공장소에서 연설을 하며 자신을 알릴 수 있었다. 지금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후보들의 정보가 전달된다. 이 정보의 대부분은 언론이 만든 것이다. 결국, 선거에서 언론 보도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선거 보도에서 '원칙'이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그 원칙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다음은 어느 지역 언론사 논설위원이 쓴 칼럼 일부다.

"○○○ 후보를 기자가 처음 보는 순간에 느낌은 ○○○의 800년 은행나무처럼 강직하고 늠름해 보였으며 뚝심의 일꾼 같은 인상을 받았다. (중략) 또 다른 주위 사람들이 그 사람과 한 시간만 이야기해보라 그는 참으로 소탈하고 탁 트인 사람이라고 말한다며 살며시 웃음 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낯뜨거운' 문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낸 공정선거보도 안내서에 나오는 공정성 위반 사례다.

사례를 찾아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지난 15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4·13 총선과 관련해 특정 예비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신문에 게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도내 모 신문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한 예비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8회 잇달아 싣고, 여론조사가 실린 날은 평소보다 발행부수를 배로 늘려 배포했다고 도선관위는 전했다. 도선관위는 또 간행물 창간호 1만 부를 내면서 특정 예비후보 특별 대담 기사를 싣고 이를 배포한 이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언론중재위 선거 심의 관련 규정을 담은 책자들.

꼭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어도 공정하지 못한 보도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공직선거법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아래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중앙선관위 아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이들 위원회는 선거 기간 언론사들이 선거보도에서 공정성을 유지하는지를 감시하고 불공정 보도 피해를 구제하는 일을 한다.

이들 위원회가 불공정하다고 보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후보자 간 보도건수 할당 지면, 사진 수가 현저히 차이가 남 △특정 후보가 작성한 보도자료를 반복적으로 보도함 △특정 후보 홍보자료를 그대로 옮기거나 미화함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칼럼을 지속적으로 게재함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부각·헐뜯음 △인터뷰나 인용 내용을 마음대로 편집해 전체 논지와 어긋나게 보도함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는 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홈페이지 특정 위치에 계속 배치함(공정선거보도 안내서 - 중앙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이 외에도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허위 보도, 과장·왜곡 보도, 미확인 보도, 추측 보도, 예단 보도 등도 대표적인 공정성 위반 사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유행하는 여론조사는 객관성을 담아내지 못할 때 직접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도 나름의 선거 보도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한국기자협회는 '제20대 총선 보도 준칙'을 제정했다. 이는 △공정한 보도 △유익한 보도 △지역주의 배제 △바른 선거 풍토 등 4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도내 주요 신문들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나름 공정 보도를 천명하고 있다.

<경남신문>은 지난 14일 총선특별취재본부를 꾸리면서 △유권자 중심 보도 △후보자 검증 △정책 검증 △지역주의나 이해관계 배제 △보도자료에 대한 검증 등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보도에 충실할 것을 지면을 통해 약속했다.

<경남일보> 정만석 편집국장은 지난 2월 18일 제7기 독자위원회 12차회의에 참석해 "선거보도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불편부당하게 보도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최근 총선특별팀을 꾸리면서 지난 2000년 도내 언론사 최초로 제정한 '경남도민일보 선거 보도 준칙'에 따라 선거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준칙은 △정확한 정보 제공 △지역감정 타파 △압력 청탁 배격 △정책 선거 쟁점 발굴 △비방이나 폭로, 의혹은 비판적으로 검증 △선거법 위한 후보 실명 보도 △후보자 표기 순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안차수 경남대 신방과 교수는 "후보나 정당이 직접 유권자를 만나기 어려운 요즘 환경에서 언론이 주는 정보가 유권자가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언론이 정당이나 후보의 정책을 제대로 따지고 이를 공정하게 보도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하지만, 공정 보도라는 틀에 묶여 기계적인 공정성으로만 기울어서도 곤란하다"며 "어떻게 보도해야 올바른 선거 풍토를 조성할 것인지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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