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합창단 공연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가사와 화음으로 인해 다소 지루하게 공연을 감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는 유명 성악가들의 공연에서도 크게 차이는 없다. 성악가들이 멋지게 부르는 유명 아리아들은 보통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언제 어디에서 박수를 쳐야 할지 몰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보면 연주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경우는 전문단체의 연주회일수록 더 심각하다.

그래서 합창음악이나 성악음악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비전문적인 음악회에서 관객들의 호응이 더욱 큰 것을 많이 본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음악회 프로그램을 통해 연주될 작품들을 자세히 해설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시각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음악회장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순수하게 음악만이 아니고 다양한 안무나 연출들이 음악회를 준비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그리고 레퍼토리 측면에서도 관객들이 어려워하는 순수 클래식 음악보다는 대중적 취향에 맞는 음악들이 오늘날 공연예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가들에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어떻게 좋은 음악적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언제까지 음악적 해결을 시각적 도움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2월 창원시립합창단의 공연은 좋은 음악 공연의 본보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기존 틀을 깨는 실험적 무대 배치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오페라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샤막(보조막)을 사용해 관객이 더욱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하는 가요나 뮤지컬이 아닌 순수 합창음악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자칫 지루해지고 어려워질 수도 있겠으나 200년을 뛰어넘는 '샤르팡티에'와 '브루크너'의 테 데움(Te Deum)은 다양한 들을거리들을 제공해 새로운 음악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합창단원들로 이루어진 솔리스트들의 연주를 통해 새로 부임한 김주현 지휘자의 섬세한 트레이닝 능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깊이 있고 세련된 합창음악을 시민들에게 선사하며 많은 대중적 지지를 받은 윤의중 전임 지휘자의 지휘봉을 이어 받은 김주현 지휘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그의 첫 연주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자신만의 차별성이다.

이러한 새로운 모습의 창원시립합창단 색깔이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과 시민들의 성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새로 위촉받은 박태영 교향악단 지휘자, 노현식 무용단 안무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눈을 돌려보면 우리 창원에는 자랑할 만한 것이 너무도 많다. 옛 마산·창원· 진해의 특성을 잘 살린 여러 축제를 비롯해 즐길거리와 장소 등 창원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만한 것이 많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모든 연주회와 공연이 시민에게 열려 있는 우리 창원시의 시립예술단 공연 또한 우리 시민의 자랑거리가 되기를 바란다. /전욱용(작곡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