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즐거워야 학교 행복" 교무실을 카페처럼 고쳐…비정규직 소외감 사라지고 즐거운 분위기에 소통 확대

딱딱하고 사무적인 분위기의 학교 교무실이 커피향 진한 카페로 바뀌었다면, 어떨까?

경남 사천시 용현면에 있는 사립 용남중학교 교사들의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마치 직장동료끼리 모닝커피 한 잔 마시러 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즐겁다고 했다. 학교에 가면 어떤 기분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기에…. 교사들을 따라 들어선 교무실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용남중은 올해 새 학기를 앞두고 교무실을 리모델링했다. 교사들이 주로 머무는 공간인 교무실은 카페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교무실 변신에 1억 원 정도 예산이 들었다.

용남중은 5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120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학교였다. 하지만 올해 전교생이 400명으로 늘었다. 교사들도 두 배로 늘었다. 올해에만 교사 6명이 새로 왔다. 기존 교무실 공간만으로는 교사들이 일하기에 비좁아 교무실을 확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였다.

카페처럼 변신한 사천 용남중학교 교무실 곳곳. /용남중

특히 용남중은 2014년 교육부 선정 농어촌 거점별 우수중학교로 뽑혔다. 농어촌 학생들이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도시로 이탈하는 현상을 방지하고, 농어촌 지역 초·중·고등학교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농어촌 거점중학교로 선정된 학교는 자유학기제, 학교진로교육프로그램, 학교스포츠클럽, 학생오케스트라,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등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연간 5억 원씩 3년간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용남중 교사들 대부분이 야간 자율학습, 특강, 오케스트라 연습 등 프로그램으로 매일 오후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교무실도 이 시간까지 운영되고, 토요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용남중 문화홍보부장 최연진(과학) 교사는 "거점중학교 지원 예산으로 전자칠판 등 학생을 위한 시설은 개선했지만, 교사를 위해서는 아무런 보답도 하지 못했다"며 "교사들이 행복해야 학교도 행복하고 학생도 즐거워진다는 생각으로 이번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이어 "시험기간 교사들이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채점을 하는 것을 보고 교무실을 카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카페처럼 변신한 사천 용남중학교 교무실 곳곳. /용남중

이렇게 탈바꿈한 교무실은 모던한 분위기의 북유럽풍 카페처럼 느껴진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인테리어 전등에 붉은벽돌 기둥까지 더해져 기존 교무실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더구나 교무실 문을 열면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 카페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 직접 만든 커피 맛도 일품이다.

다른 학교 교무실과 다른 점이 또 있다. 파티션(칸막이)이 하나도 없다. 교무실 끝과 끝에 앉아 있는 교사 간 소통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교무실이 비좁아 시간제 강사나 기간제 교사들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 교사는 학교 안에서도 빈 공간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 차별받는 느낌도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제 강사나 기간제 교사도 여느 교사와 마찬가지로 교무실 카페에서 업무를 본다. 누가 교사인지, 시간제 강사인지, 기간제 교사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자 비정규직 교사들도 열정과 성의를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무실을 카페처럼 바꾸고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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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처럼 변신한 사천 용남중학교 교무실 곳곳. /용남중

교사들 호응만큼 학생과 학부모들 반응도 뜨겁다. 편안한 분위기 때문인지 학생과 학부모들이 문턱이 닳도록 교무실을 드나들어 교사들과 자주 소통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 사생활 보장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카페처럼 꾸몄다고 마냥 자유로운 건 아니다. 나름 규칙이 있다. 크게는 학부모·학생 상담실 겸 교사 휴게실과 교무실로 나뉜다.

복도 쪽은 인성부, 학생과 가장 많이 만나는 교사들을 배치했다. 중간은 기획과 홍보부, 맨 안쪽은 정보통신부로 여느 학교 교무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반면 교사 휴게실은 그야말로 편히 쉬면서 교사들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시시때때로 교사들이 하나둘 모여 커피를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눈다. 교사들은 "진한 커피 향과 따뜻한 봄기운,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진 교무실 카페는 우리 학교의 자랑거리"라며 "카페 형태로 바뀐 교무실에 들어서면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업무를 보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용남중 교무실 카페는 지금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남자 교사들이 학교 목공실에서 교무실에 놓일 각종 수납장을 만들고, 여자 교사들은 작은 화분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교무실을 채우고 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교사들이 스스로 공간을 채워 나가고 있다.

용남중 문화홍보부장 최연진 교사는 "시험기간 교사들이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채점을 하는 것을 보고 교무실을 카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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