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문명대 창녕군 계성면 봉산마을 이장

경남 창녕군 계성면 봉산마을 문명대(63) 이장은 부산에서 30여 년간 금융권에 적을 두고 있다가 은행지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했다. 평소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착심이 있던 그는 퇴직 후 고향 봉산마을에 새집을 짓고 귀촌했다. 귀촌 3년 차를 맞이한 지난 2015년 문 씨는 봉산마을 주민들의 추천으로 마을 이장을 맡게 됐다.

이장을 맡은 첫해에 그가 시작한 것은 봉산마을을 '농촌건강장수마을'로 만드는 것이었다. 연초 창녕군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군으로부터 5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됐다.

4월부터 마을발전 컨설팅을 시행해 우수지역 현지 연찬 교육을 다녀온 후 마을진입로에 영산홍 1650여 그루와 남천 260여 그루를 심어 환경정비를 했다. 또 마을에도 영산홍 2500여 그루와 남천 500여 그루를 심어 꽃길과 화단을 조성했다.

이어 마을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풍물교실을 운영하기로 하고 20명이 참여한 가운데 노래교실도 운영했다.

지난 1일 창녕 영산 제55회 3·1민속문화제에 동부대장으로 출전한 문명대 이장과 부인 최옥희 씨. /조성태 기자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봉산동민의 날'을 운영해 마을 어르신들을 마을회관에 모시고 청년회원들이 음식을 제공해 하루를 즐겁게 보내도록 하는 등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8월 말복 때는 마을 노인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해 마을주민이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마을부녀회 활성화를 위해 평생학습프로그램으로 200만 원을 지원받아 한지공예반도 운영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봉산마을 결산총회에서 연간 마을비용 사용결과를 예금통장과 함께 공개함으로써 경비 집행이 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올해는 남자경로당 총무를 겸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부인 최옥희(62) 씨도 부녀경로당 총무를 맡게 됐다.

아직 65세가 되지 않아 정식 경로회원이 아닌데도 봉산마을 남·여 경로당이 부부에게 회계책임을 맡긴 것은 평생을 금융권에 근무하면서 배운 지식을 투명한 마을운영에 반영한 것이 본보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민들의 숙원사업 해결에도 발벗고 나섰다. 마을 앞 들판 중앙수로가 매년 우기에 범람해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말부터 계성면에 건의해 1500㎜ 수로관 150m를 39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설치했다. 또 마을 서편 농로가 협소하고 포장이 안 돼 있어 불편을 겪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농촌생활 환경정비사업 대상지로 창녕군에 사업비 1억 원을 지원해 주도록 건의해 놓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설날 연휴를 앞두고 손흥태 계성면장으로부터 '올해 개최되는 제55회 3·1민속문화제에서 동부대장을 맡아보면 어떻겠냐'라는 제의를 받고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이에 지난달 25일 계성면사무소에서 면민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동부장군 추대식을 시작으로 지난 1일에는 영산쇠머리대기와 3월 3일 영산 줄다리기에 동부장군 중 대장 역할을 맡음으로써 역대 유례없는 관람객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한 행사가 되도록 했다.

특히 이번 3·1절 행사에 참여한 계성면민에게 손 태극기 1000매를 배포해 태극기 물결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선열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되도록 했다. 그에 더해 봉산마을을 태극기 달기 시범마을로 지정받아 123가구에 태극기를 보급, 3·1절에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를 시행했다.

문 이장은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낸 봉산마을은 밤에는 횃불을 피우고 낮에는 연기를 올려 외적이 침입하거나 난리가 났을 때 나라의 위급한 소식을 중앙에 전한 '소산봉수(所山烽遂)'가 있었던 곳"이라며 "고려시대 때부터 사용해 왔던 봉수터를 발굴·복원해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오는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데에도 일조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또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어울려 소 풀을 먹이러 다녔던 둘레 2㎞ 번개늪 주변을 깨끗하게 보존관리하는 데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일 것도 밝혔다.

이 밖에도 문 이장은 봉산마을은 소 사육 28농가(2260여 마리), 돼지 사육 2농가(7700여 마리), 산란계 사육 1농가(30만 마리) 등 창녕군에서 가장 많은 가축을 사육하는 마을이라고 들고 "축산폐수처리 등 축사운영에 따른 환경정비에 박차를 가해 하류부에 있는 번개늪의 수려한 경관을 살려 봉산마을이 창녕에서 가장 살기 좋은, 누구나 귀촌·귀농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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