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강만의 봄은 빨래터를 타고 온다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마을은 남해바래길 2코스 앵강다숲길이 처음 만나는 마을입니다.

마을은 아랫담, 웃담으로 나뉘어 있답니다. 아랫담, 웃담이란 말 자체가 참 정겹습니다.

낡은 원색 지붕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소담한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홍현마을 고샅을 거닐다 빨래터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동네 한편에 있는 물이 아주 풍부한 공동 빨래터였습니다.

그날따라 햇살도 좋아서 빨래터에 앉은 할머니가 참 따뜻해 보였습니다.

"어무이, 오늘 날이 참 따시네예."

"어~ 오늘 따시네. 따시다꼬 내가 빨래허네."

홍현마을 빨래터에서 할머니와 대화를 엿듣던 고양이

"여기 물이 많이 나오네예."

"여 물이 참 좋네. 옛날에는 물이 적어서 바가지를 달아두고 받아 뭇는데, 요새는 물이 많아.

겨울에는 따시고 여름에는 찹고. 요새는 따시네.

감기가 들어서 드러누가 있다가 날이 따시다꼬

내가 살살 일어나 옷 씻는다고 일카네. 한체 산께네 뭐."

"어무이 혼자 사신다고예?"

"영감, 할멈 이래만 살고 자식들은 객지 나가 살제. 오늘 아들이 오끼네.

집에 마 바램이 불어가꼬 보로꾸(담장)가 넘어 가가꼬, 그거 쌓는다꼬 오끼네."

그렇게 한참을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나던 고양이가 문득 동그란 눈을 하고 그런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끝내 자기 자신은 찍지 말라고 하십니다. 초라한 입성이 부끄럽답니다.

그래도 몰래 찍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빨래를 하고 있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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