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서 꺼낸 이야기]임금 못 받은 아파트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

일용직 노동자들이 아파트 건설 작업에 참여했다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노동자들이 돈을 받지 못한 것은 존재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이라고 해서 법이 온정을 베푸는 것은 아니었다.

마산지역 한 인력사무소에 소속된 일용직 노동자 30여 명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아파트 건설공사에 참여했다. 목수 손이 필요한 형틀목공사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임금 가운데 1억 3000여만 원은 받았고 나머지 1억 800여만 원은 받지 못했다.

이들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은 하도급업체인 A건설 몫이다. 그런데 A건설은 ㄱ 작업반장과 형틀목공사에 대한 재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임금지급은 'A건설-작업반장-노동자'와 같은 구조였다.

하지만 A건설은 ㄱ 작업반장에게 정상적으로 돈을 지급했고, ㄱ 작업반장은 돈을 다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일용직 노동자들 역시 A건설이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쪽에 100% 확신했다. 이에 일용직 노동자들은 A건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 소송대리인은 "노동자들이 계약한 것으로 되어 있는 ㄱ 작업반장을 '대리인'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고 했다. 만약 대리인 관계가 성립한다면 그 책임까지 A건설에 물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창원지법 앞에서 1인 시위하고 있는 노동자. /경남도민일보 DB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부산고등법원 창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종호 판사)는 지난 10일 '원고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일용직 노동자들)와 피고(A건설) 사이에 유효한 인력공급계약이 체결되었다거나, 원고로서는 ㄱ 작업반장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측이 제공한 근로를 통해 이 사건 공사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와 ㄱ 작업반장 사이의 인력공급계약, 피고와 ㄱ 작업반장 사이의 재하도급계약에 따른 것이므로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ㄱ 작업반장은 A건설에 '공사비를 피고에서 받아 노무비·식대·숙소비 등 기타 공사비를 집행함에 있어 성실하고 정직하게 지급할 것을 약속하며, 차후 미지급 시 발생하는 불상사 등에 대한 일체의 법적(민·형사상)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는 위임장을 제출했다"며 A건설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이러한 법적 판단을 받은 일용직노동자들은 앞이 막막할 따름이다. ㄱ 작업반장에게 그 책임을 물어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ㄱ 작업반장은 몇 달 전 건강이 악화해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일하고 돈 받지 못한 분명한 사실이 있는데, 이를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실이다.

이번 소송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김종섭(51) 씨는 "우리와 같은 사례로 돈을 떼이는 일용직노동자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과 법 판단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다른 방법을 찾아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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