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각종 부담금·세금 체납마을주민 피해·예산 낭비만사업수정·새 투자자 물색 검토

함양군이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다곡리조트사업'이 10년째 표류하다 결국 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면서 무산위기에 놓였다.

다곡리조트는 함양군 서하면 다곡리, 지곡면 덕암리 등 전체 면적 973만 2170㎡에 7200억 원(민간자본)을 투자하는 사업으로 자치단체가 진입로 공사만 한 채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이후 개발계획이 추진됐으나 LG·대우·부영그룹이 잇따라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한 것을 군이 새로운 시행자를 선정하면서 진행했던 사업이다.

주요 시설은 △생태공원(동·식물원) △에코센터(스키장, 유스호스텔, 콘도, 펜션) △아트빌리지(교육시설, 주거시설, 실버주택 등) △로컬빌리지(거주자마을, 주거시설 등) △컬처센터(호텔, 문화시설 등) △웰니스빌리지(콘도 등) △골프장(54홀) 등으로 유입인구가 10만 명이 넘는다는 계획이었다.

◇10년 넘도록 지지부진한 사업= 다곡리조트 개발사업은 지난 2001년 3월 함양개발촉진지구가 지정 고시된 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와 협의를 거쳐 2005년 10월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이어 그해 11월 함양군과 민간시행사인 ㈜도시와사람이 투자협약을 체결한 후 추진전담 법인인 ㈜노블시티와 지역개발사업단을 별도로 출범시켰다. 노블시티는 2007년 착공해 2011년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토지 등 보상과 실시계획 승인을 위한 법적 절차를 2009년 11월 모두 마쳤으나 실시계획 승인을 앞두고 경기 침체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도 2011년 12월 실시계획을 최종 승인받고 완공 연도를 2016년으로 계획을 변경해 추진해 왔다.

이런 가운데 노블시티는 지난해 '지역개발과 지원에 관한 법률'(2015년 1월 1일 시행)에 따라 농지 훼손과 산지 조성에 대한 조세 부담금 700억여 원을 감면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겨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농지법, 산지관리법 등 해당 법률이 개정되지 않아 부담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군은 지난해 10월 실시계획 승인 후 2년이 지나서도 착공되지 않자 '승인 취소 사전 통지'를 하는 등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을 했다. 이 자리서 연말까지 사업 변경계획 승인신청, 사업계획서 제출, 자금 확보를 조건으로 행정처분을 미뤘다.

하지만 시행사는 지난해 말까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군은 각종 부담금과 세금까지 체납한 상태에서 시행사의 사업은 어렵다고 판단해 다곡리조트 개발사업의 시행자 지정을 취소했다.

특히 군이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한 결정적인 요인은 노블시티가 2006년까지 다곡리조트 사업 예정부지 58%를 사들이고 설계용역을 하는 데 360억 원을 투입한 이후 지금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 예정부지 마을 이주대책, 나머지 토지 매입, 사업이행 보증금 지급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편 참고 기다린 주민들 '허탈'= 시행사가 예정부지의 58%만 사들이고 사업이 중단되자 기대를 품었던 주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특히 편입되는 마을은 이주단지를 조성해 주겠다는 시행사의 말만 믿고 폐허가 된 집을 고치지도 않고 10여 년을 기다렸는데 사업이 무산되면 오갈 곳이 없어진다며 걱정스러운 모습이다.

지곡면 주암마을 서상진(53) 이장은 "시행사가 약속을 어겨 이주도 불가능한데 개발이 무산되면 농지 등은 보상액과 같이 다시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이 같은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을 주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들은 군의 무리한 사업추진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사업 타당성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무리하게 서둘러 추진하면서 진입로 공사 등에 국·도비 350억 원이 투입돼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어찌 되나= 민간시행사인 노블시티는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 추진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전반적으로 사업을 축소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도시와사람, 노블시티 관계자가 함양군을 방문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협약을 체결해 사업규모를 조정하는 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자립마을로 서구형 휴양마을을 구상하며,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복합 레저타운을 조성해 환경 좋은 곳에서 휴양마을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노블시티는 부산지역 상장기업과 컨소시엄을 통해 단계별로 사업을 하면서 체납된 세금까지 줄여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거론되는 투자업체 또한 회사 여건이 어려워 이마저도 성사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함양군도 이 같은 계획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 2005년 개발계획 수립 이후 사업시행을 수차례 확약했으나 사업시행자 취소일까지 이행되지 않았다"며 "다곡리조트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면 확실한 투자의지와 각종 부담금 납부 등을 사전에 이행하고서 추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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