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무학산 사건'용의자? 개인정보 보호 - 범인 검거 무엇이 우선
경찰, 살인 사건 수사 이유 불특정 다수 개인정보 수집
시민 동의·목적 고지 생략 인권 침해·권력 남용 우려

개인정보 보호와 범인 검거 중 무엇이 우선일까.

지난달 함안에 사는 이모 씨는 테러방지법 논란 이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된 글을 읽었다. 통신사가 자신의 통신자료를 누군가에게 제공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신사에 확인서를 요청한 그는 자신의 자료를 요청할 일이 없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도착한 확인서에는 지난 1월 24일 자신의 정보가 마산동부경찰서에 제공됐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씨는 "경찰이 당사자 동의도 없이 주민번호, 주소 등을 수집했다는 것에 매우 불쾌했다"며 "또 과거 활동 중 경찰이 내 정보를 수집할 만큼 잘못한 일이 있었나 불안감을 느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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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DB

요청 사유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따른 법원, 수사기관 등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 수집. 통신사가 제공한 내용은 이 씨의 고객명, 주민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이다.

마산동부경찰서는 무학산 살인사건 수사에 필요해 영장을 받아 통신사를 통해 이 씨를 비롯한 이용자 다수의 정보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28일 무학산을 홀로 오른 50대 여성이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경찰은 사건 발생 10일 만에 수사본부를 꾸리고 CC(폐쇄회로)TV 확인, DNA 분석, 목격자 조사 등 총력을 기울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수사 기법을 연구하던 경찰은 통신사 기지국을 활용한 방법을 적용했고 범행일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 신호가 잡힌 사람들을 중심으로 용의 대상을 좁혔다.

김종석 마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은 "범인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아 새 기법을 도입했다"며 "기지국 커버 범위가 넓다 보니 무학산이 있는 내서와 가까운 함안지역 정보까지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씨는 "수사 목적이라도 무슨 의도로 어디에 사용되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고 몰래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문제"라며 "경찰이 수사를 핑계 대면 언제든 전 국민의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과장은 개인정보가 다소 광범위하게 수집된 것은 인정하지만 사안이 특수해 혹시 모를 한 사람도 빠트리지 않으려는 조치였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는 "동전의 양면이라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인권침해 여지도 있지만 이것 또한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이고 범인으로 말미암은 또 다른 피해를 막으면 그 혜택은 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는 오로지 무학산 살인 사건 수사에만 사용했으며 용의점이 없는 사람은 수사대상에서 모두 제외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런나 인권침해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은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할 의무도 있다"며 "불특정 다수 통신정보를 수집해 용의자를 가려내겠다는 경찰의 발상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합리적인 제한 범위 없이 전 국민을 용의선상에 놓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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