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유통지도 바뀌는 김해·진주 ①김해
롯데아울렛·롯데마트 장유점 포함 8개…영세 상인 "거리별 점포수 제한해야"

오는 6월, 현재 수준으로도 유통점 포화 지역인 김해 경전철 봉황역 앞에 신세계백화점·이마트가 들어섭니다. 8월 말에는 진주 혁신도시 내 롯데아울렛·롯데마트가 개점합니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 준대규모 점포를 개설(변경) 등록할 때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의무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유통점 거리, 인구 수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업지구에 유통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죠. 하반기 달라지는 경남 김해·진주지역 유통지도를 그려봤습니다.

이처럼 좁은 땅덩어리(김해 경전철 인근)에 대형 유통점이 6곳이나 몰리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인구 53만 김해시에는 3월 현재 5개 대형마트가 있다. 전국 롯데아울렛 중 매출 톱(top)인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김해점도 있다. 여기에 오는 6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추가된다. 이 중 입방아에 오르는 지역은 역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선 김해 경전철 인근이다. 이곳 6개 대형 유통점(예정 포함)은 자동차로 3분, 4분, 5분 거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인근 소상공인·전통시장 상인들은 떠날 준비를 하지만, 그들이 고스란히 바친 권리금은 사라진 상황이다. 유통업체의 상도 없는 출점, 김해시의 무분별한 허가가 낳은 결과다.

◇대형마트 1㎞ 지나 또 대형마트 = 김해시는 시의 장점으로 창원, 부산 등 대도시로의 사통팔달 교통 환경을 꼽는다. 김해 유통을 이야기하자면 2011년 9월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을 빼놓을 수 없다.

김해시는 경전철 개통 2개월째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산 대형 상가로 빠져나가는 '빨대 효과'를 고민해야 했다. 김해 상권 지키기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경전철을 타고 쇼핑하고자 부산을 찾는 김해 승객은 13%이지만 김해로 쇼핑 오는 부산 승객은 2.4%에 그쳤다. 당시 김해시는 상권 위축을 우려해 역세권 개발, 백화점 유치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 실현이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유치, 롯데마트·메가마트 입점이다.

김해시는 지난 수년간 단기간에 대규모 신도시와 공장을 중심으로 인구가 급격히 증가(2002년 12.47% 최고 인구 증가율을 보인 이후 최근 5년간 1~2%대 꾸준히 늘어남)한 점에 착안해 2020년까지 인구 60만 명이 거주하는 전국 10대 도시를 목표로 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역세권 상권 확대가 지역 경제 규모를 키우고 유동인구를 늘릴 것으로 판단했던 모양이다.

경전철 개통 이후 2012년 9월 메가마트 김해점이 오픈했고, 다음해 8월 롯데마트 김해점이 문을 열었다. 마트 간 거리는 자동차로 4분 거리인 1.8㎞다. 그리고 오는 6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김해점 사이에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문을 연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거리는 자동차로 4분 거리인 1.4㎞, 롯데마트와 이마트 거리는 자동차로 3분 거리인 1㎞다.

◇영세 상인 몰락은 뒷전 = 롯데마트와 3.3㎞ 떨어진 홈플러스 김해점은 2014년 전국 홈플러스 점포 중 매출 3위를 기록한 곳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 간 각축전은 물론 동네 상권 황폐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해시청 주변에는 동상동 전통시장을 비롯해 가락로 브랜드거리(의류), 서상동 외국인거리 등 2000여 곳의 크고 작은 점포가 입점해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은 입점 지역 l㎞ 이내인 외동전통시장, 한국그랜드쇼핑과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외동전통시장과 인근 상인들은 더는 버티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외동전통시장에서 10여 년간 의류를 판매한 50대 상인은 "백화점 하나 들어선다고 쇼핑의 도시인 부산에서 일부러 김해를 찾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외부 수요 없이 결국 김해 소비자 나눠 먹기인데, 대형마트에 영세 상인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전통시장뿐 아니라 인근 상점가 한 집 건너 한 집은 임대를 내놓으려 하지만 권리금이 제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외동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상인은 "대형마트가 즐비한 내외동은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돼 있다. 신혼부부나 젊은 층이 많아 대부분 어린 자녀를 키운다. 비가 와도 차에서 아이들이 타고 내리기 좋은 대형마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과 함께 살아가려면 거리별 대형마트 점포 수 제한이 있어야 하는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대기업은 양심이 없다"며 한탄했다.

김해시 담당과에 대형마트 추가 입점 승인 명분을 묻자 "법적으로 불허할 명분이 없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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