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김해시 회현동 12통 현순연 통장
침체된 마을 살리고 홍보코자 10년째 통장·문화 해설사 자처
스토리텔링 골목길 조성 성과 어르신 돌보는 일에도 애정 해설사 자격증 취득 올 목표

김해시 회현동 현순연(60) 12통장은 회현동을 외지인들에게 알리고 싶어 안달하는 일명 '마을홍보 전도사'로 통한다. "내 고장은 내가 홍보하겠다"며 외지인들이 마을을 방문하면 기꺼이 마을 문화 해설사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내 고장 관광화의 주역'인 셈이다.

그는 마을의 이런저런 유적과 역사적 내력을 외부에 알리려고 지금까지 약 10년째 통장 일을 계속하는 듯했다. 정식 문화 해설사 자격증은 따지 못했지만 이 분야에 관한 한 단연 숨은 '강호의 고수'다.

통장으로서 할 일도 많은데 마을 홍보 대사 역할까지 맡으니 그의 개인 일상은 항상 뒷전이다. 그의 하루는 거의 동사무소에서 보낸다.

집이 동사무소와 가까운 것도 한 요인이지만 아예 동사무소로 출근하다 보니 마치 가족처럼, 동 직원이 해야 할 일도 많이 한다.

그는 유난히 마을 역사나 문화 유적 등에 관심이 많다. 회현동은 다른 동과 달리 천혜의 가야 문화 역사 자원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다.

'내 고장 관광화의 주역'인 현순연 통장. 현 통장은 통장을 하면서 마을 사람을 많이 안 게 가장 큰 재산이라 말한다. /박석곤 기자

이런 자원들을 누군가 잘 다듬기만 하면 '명품 마을'로 조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주민들과 함께 마을 살리기에 나섰다.

회현동은 가락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인 '황새와 여의' 설화 진원지다.

그는 이런 테마를 마을 홍보용으로 끌어들여 '회현 12통 골목길'과 '13통 골목길'을 '스토리텔링 골목길'로 조성했다.

이 골목길은 오래된 여느 옛 마을처럼 비포장에다 비좁기 짝이 없었다. 담장도 단순한 벽돌 담장에 오밀조밀 밀집된 집들은 한 집 건너 닮은꼴로 그저 그만그만한 집들이었다.

이런 골목을 회현동 도시재생주민협의체와 함께 전혀 새로운 골목으로 탄생시켰다. 마을 집집마다 추억어린 옛 개인우편함도 설치했다. 골목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오·폐수 관로도 매설해 명실 공히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마을로 변모시켰다.

이런 변화된 골목길과 마을 모습이 시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는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마을 변천사를 체계적으로 설명할 해설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해설사 일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 결정은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김해박물관에 갔던 경험에서 비롯됐다.박물관을 찾은 노인들이 해설사가 설명하는 모습에 감동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직접 해설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한때 동네는 김해의 옛 1번지로서 명성을 날렸지만 지금은 낙후됐다.

특히 옛 가야시대 중심지로서 마을 곳곳에 가야 역사 유적과 소중한 문화재들이 매장돼 개발 사각지대로 분류돼 있어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여기에 마을 인구 노령화로 취학생이 몇 년째 나오지 않고 있어 젊은 층 유입도 절실했다는 점도 그를 해설사 길로 이끌었다.

그는 돌봄의 사각지대에 처한 어려운 노인을 보살피는 일에도 남다르다. 치매증세가 있는 70대 홀몸 노인을 정성어린 간호로 살려낸 적도 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이 노인의 집을 지나는데 평소 같았으면 노인이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를 법한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낌새가 이상해서 집에 들어가 보니 노인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굶은 탓에 방에 혼자 누워 숨만 쉴 뿐이지 거의 병사 직전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집에서 직접 죽을 끓여와 노인을 봉양하며 정성껏 돌봐 노인의 건강을 회복시켰다.

그는 마을 문화 해설사로서 활약상도 대단하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노인요양사 자격증을 갖춘 숨은 실력파다. 매달 남모르게 노인복지센터에 후원금도 내고 있다.

문화와 복지 분야의 다양한 공로로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상도 받았다.

그는 "태생적으로 사람과 소통을 좋아하는 체질인데 통장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많이 안 게 가장 큰 재산이다. 마지막 소망은 문화 해설사 자격증을 따 많은 사람에게 회현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싶다"며 "올해는 꼭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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