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린 시인 첫 시집 〈저녁의 내부〉

"죽음도 삶이다." 어둠을 뚫고 나온 시인은 이렇게 말하며 담담히 시를 적었다.

이서린(54·사진) 시인이 등단 20년 만에 첫 시집 <저녁의 내부>를 냈다.

어린 시절부터 이모, 언니, 아버지 등 가족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시인은 세상과 마주하지 않으려했다. 여고시절에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을 읽고 불가에 몸담으려고 하다가 어머니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대에 마산 이조화랑에서 일하던 시인은 전시를 하러온 청년 작가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일찍 생을 마감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면서 생을 견뎌냈다. 그러한 삶이 시 60여 편에 스며 있다.

4부로 나뉜 시집의 1, 2부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젊은 시절 어둠이 밴 시들이다.

이서린 시인. /우귀화 기자

3, 4부에서는 몇 년 전 유명을 달리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동지', '반창고', '너무 오래' 등의 시에서 어머니에 대한 연민, 죄책감 등을 표현했다. 또, 시골에 사는 이웃과 동네 이야기도 풀어냈다.

이 시인은 시집에서 "나는 아직도 살아 있다. 슬픈 식욕의 틈에서 저녁을 맞는다. 나를 사랑하는 얼굴들이 많아 견디는 시간. 밤과 낮처럼, 이중적인 나의 내부에 잠시 커튼을 걷으며 첫 시집을 바친다"라고 시인의 말을 적었다.

19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시인은 2007년 월하지역문학상을 받았다. 문학 치료 강사와 작은 밴드 멤버로도 활동하는 시인은 '가향' 동인에 참여하고 있다. 서정시학, 120쪽,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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