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분석…10년 동안 1237점 수집 강국진·최운·전혁림 등 경남 출신 작가 작품 65%

"영구 소장해 후손에게 전승할 가치가 있는 소장품을 수집합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지난달 초부터 이달 말까지 소장품 모집 공고를 하고 있다. 작가, 화랑, 개인, 법인 등 작품 판매 희망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매년 미술관은 이렇게 모집 공고를 해서 도민에게 꺼내 보일 소장품을 모은다. 올해 경남도립미술관이 4차례에 걸쳐 선보일 전시 가운데 첫 전시가 바로 소장품 기획전이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이 전시는 2004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수집한 소장품 가운데 대표 작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은 어떻게 수집되고, 어떤 작품이 가장 많이 소장돼 있는지 등을 알아봤다.

◇경남미술사 연구에 도움될 대표 작품 수집 = 소장품 수집 대상은 3가지 기준이 있다. △문화유산 전승을 위한 미술사적 가치가 뛰어난 한국 근·현대 미술작품 △경남미술사 연구를 위한 지역출신 또는 연고 작가의 대표작품 △조형성 및 예술성이 뛰어난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경남 지역 출신 또는 연고 작가의 대표작품을 수집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채준 작가의 '성기'(1989년)

소장품은 공모를 통해 이러한 수집 방향에 적합한 작품을 선택하고자 추천위원회의 추천, 심의위원회의 심사 등을 거쳐서 구입 작품을 정한다.

◇구입 소장품 중 경남 작가 작품 65% = 지금까지 미술관에서 수집한 작품은 총 1237점. 이 가운데 유상으로 구입한 작품은 408점. 구입한 작품을 작가의 출신 지역별로 구분해 보면, 경남 지역 작가 작품이 65.4%(267점)로 가장 높다. 서울 6.6%(27점), 부산 5.9%(24점), 경북 5.6%(23점), 충남 2.7%(11점), 대구 2.4%(10점), 경기 2%(8점), 해외 2%(8점), 기타 7.4%(30점)이다.

전체 1237점 중 회화 작품이 425점(34.36%)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판화 308점(24.90%), 한국화 118점(9.54%), 사진 115점(9.29%), 서예 102점(8.25%), 조소 84점(6.79%), 드로잉 40점(3.23%), 공예 36점(2.91%), 영상 9점(0.73%)이다.

작품의 제작 연대를 구분해보면, 1930년대 작품 5점, 1940년대 5점, 1950년대 31점, 1960년대 50점, 1970년대 216점, 1980년대 242점, 1990년대 171점, 2000년대 270점, 2010년대 95점이다. 연대 미상 작품이 152점이다.

전혁림 작가의 '호수'(1994년)

◇강국진·최운·채준·박생광·전혁림 작품 많아 = 어떤 작가의 작품이 가장 많이 수집됐을까. 판화 200점, 회화 2점 등 총 203점이 기증된 진주 출신 강국진(1939~1992) 작가의 작품이 단연 많다.

강 작가의 작품은 일괄 심의로 기증품이 모두 수집된 경우여서 이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최운(1921~1989) 작가의 작품이 49점으로 가장 많다. '게' 그림을 그린 최 작가의 작품은 300점 넘게 기증됐지만, 심의를 통해 49점이 선별됐다.

그다음으로 채준 작가의 작품 43점이다. 1926년 창원 성산구 상남동 출신의 작가는 2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조총련계로 활동을 하며 남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그림 등을 남겼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 등으로 자신의 작품을 모두 불태우려던 작가는 미술관의 기증 요청으로 작품을 무상 기증했다.

박생광 작품 29점, 전혁림 25점, 김아타 17점, 이우환 12점, 이두옥 9점, 문신·이성자 8점, 송혜수 7점, 이강소·안창홍 6점 등이 뒤를 잇는다.

미술관에 소장된 진주 출신 박생광(1904~1985) 작가의 작품은 '금산사의 추녀', '십장생' 등을 제외하고는 화려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기 이전 1950~1960년대 수묵화 작품이 다수다.

박생광 작가의 '금산사의 추녀'

◇부족한 소장품 = 도립미술관은 한 해 동안 소장품을 얼마나 수집할까. 올해 소장품 구입 비용은 2억 원이다. 5년 전 5억 원대였던 구입비가 차츰 줄었다. 2014년 함안 출신 이우환 작가의 'With Wind' 작품을 역대 최고 구입가인 2억 2600만 원에 사들였지만, 지금 예산으로는 그러한 작품은 1점도 구입하기 어렵다.

미술관 소장품을 담당하는 이규석 학예사는 "개관 이래로 10년 동안 미술품을 사 모았으니, 이제 그만 사도 되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간혹 있다. 1998년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은 소장품 구입 비용이 해마다 늘어 지금 15억 원정도의 예산으로 미술품을 구입하고 있다. 우리도 아직 수집해야 할 미술품이 많다. 미술관에 한국 미술사에 영향을 미친 경남 출신 하인두, 하종현 작가 등의 작품이 많지 않다. 경남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 강신호, 통영 최초의 서양화가 김용주 작가의 작품은 한 점도 없다. 지역에 자부심을 주는 경남 지역 작가의 작품 수집은 계속돼야 한다. 그것이 지역 공립 미술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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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생광 작가의 '십장생'(1980년)
최운 작가의 '화락군해행렬도'(198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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