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으로 굽는 황혼의 선물…예순 나이에 시작한 풀빵 장사 즐거움·만남 얻는 원동력으로

어느 추운 날 길을 걷다 문득 기억해냈다. 마산 합성동 큰 길가, 길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풀빵을 팔던 할머니. 가끔 합성동을 지나면서 흘낏 눈길이 가던 장면이었다. 연탄 난로 하나, 그 위에 풀빵 굽는 철판, 그게 다였다. 풀빵이 맛있었지는 기억이 없다. 다만 그렇게 오래오래 찬 바람을 맞고 앉아 계시던 것만 생각이 났다.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풀빵을 굽고 계셨다. 큰 길가 모퉁이에서 주택가 쪽으로 조금 자리를 옮겼고 이제는 어묵도 파는 간소한 포장마차 노점으로 변했지만 할머니는 그대로셨다.

"한 20년? 90년도부터 여기서 풀빵 했으니까 오래 됐지. 저 저 모서리 저 앉아서 안 했나. 옆에 요집에 옷 장사하는 바람에 요까지 밀리 왔다 아이가."

"연세가 우째 되시는데요."

"하이고 나이는 말라 자꾸 물어보요. 80 밑자리 깔았지. 풀빵은 60 넘어부터 여기서 살살 핸긴데."

"우째 이거 한 가지만 그리 오리 하십니꺼?"

"배아 난 게 이거 뿐인데 이걸 해야지 우짜겄노. 직업이 잘 안 바까지더라고. 젊었을 때부터 장사를 많이 했지. 이런 장사가 수월케 뵈이도 아무나 하는 게 아이다. 얼마나 이것도 되다꼬. 집에서 미리 반죽을 해야 되지, 하루치 반죽을 내가 다 하거든. 새벽에 나와서 포장마차 채리야 되제, 저녁에 거다야 되제. 아무나 하는 줄 아나."

"풀빵 팔아 자식들 결혼까지 다 시켰으면 인자 안 나오시도 되잖아예?"

"집에 가만 있으면 우울증 걸린다. 집에 갇히 있는 거보다 사람들 만나는 게 즐겁고, 이거 하면 피곤해 놓으니께 잠도 잘 오고 밥맛도 있고 여러 모로 좋은 기라. 인자는 마 이래 벌어가꼬 내 혼자 살살 묵고 쓰고 하는 거지. 일요일만 안 하고, 내가 그 추운 날도 나와서 했다."

"요새는 풀빵 하는 사람이 별로 없던데요?"

"더러 있지. 지금도 내보고 팔아라 카는 사람이 많아요. 아래께는 북면서 하끼라고 여자 둘이 와서 가르키 달라고 카더라. 내가 맨입에 뭐하러 가르키 줄끼고! 안 할라요, 그랬지. 다음에 다른 사람 인수해줄 때는 딱 내식으로 싹 가르치가 넘기주끼라."

1000원에 6개 하는 할머니 풀빵은 진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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