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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그 후]이경수 대림자동차 해고복직자

다시 찾은 노동권 식지 않은 투쟁심, 5년 싸움 끝에 돌아온 회사 노조 재건·인간미 회복 앞장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6년 03월 07일 월요일

왼쪽 가슴에 'Daelim'(대림)이라 새겨진 연회색 작업복이 잘 어울렸다. 늘 움츠려 있던 어깨는 반듯하게 펴져 있었다. 표정도 한결 밝아진 모습이다.

이경수(47) 전 대림자동차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의장. 지난 2009년 대림차 사측 정리해고 방침으로 직장을 잃은 그는 5년여에 걸친 지난한 투쟁 끝에 지난 2014년 말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27일 마침내 꿈에 그리던 직장으로 복직하게 됐다. 정리해고된 지 5년 3개월 만이었다.

이제 복직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그의 생활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저는 복직 이후 삶은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새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준 주변에 늘 감사하면서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갚을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의장은 복직 이후 매일 한 시간 일찍 회사로 출근했다. '금속노조 복원'을 서두르기 위해서였다. 5년 넘도록 끈질긴 투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금속노조 뒷받침이 큰 힘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한 시간 동안 동료와 연락해 안부도 묻고, 사내에 지역 집회 소식도 전하고, 소식지 발간 작업도 했다.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선 이경수 대림차 해고복직자. /이경수

이 노력 끝에 지난해 6월 말 해고자를 중심으로 사내에 금속노조를 재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거창한 투쟁을 한다는 마음에서 노조를 복원한 것은 아니었다.

"현장에 돌아가 보니 많은 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제일 큰 게 사내에 너무 개인주의, 보신주의가 만연했더라고요. 사람들이 사람 관계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 기본을 무시하고 '내 밥벌이 나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에 빠져 있어요. 동료애가 사라진 거죠. 사원들끼리 함께하는 취미 모임도 찾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회사 전체에 웃음이 사라졌더군요."

이 의장은 노조를 통해 사내에 인간미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모든 노조 일은 사람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이런 사람 관계를 통해 사내 개인적인 분위기를 인간적인 분위기로 만들고, 기분 좋게 출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우리 금속노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의장은 당장 조합원을 늘리기보다 선전물 배포 등으로 사내 의식 변화, 노동법·노동 개악 제대로 알기, 회사가 하는 불합리한 정책 등을 꾸준히 알리는 일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조직은 이런 작업이 무르익었을 때나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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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수 의장은 복직 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의 처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두천 기자

한데 회사가 노조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마뜩잖은 구석이 많다.

"대림차 내에는 기업노조와 사무직노조, 금속노조가 있습니다. 최근 사측 압박에 의해 사무직노조 해산 및 노사협의회 전환 총회가 열렸습니다. 근데 조합원들이 이를 부결시켰어요. 그러자 사측이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면서 진급 불이익 등을 언급했다는 거예요. 그래놓고는 탈퇴 확약서를 받으러 다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회사와 노조는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상생 발전을 도모하는 관계인데. 너무 후진적인 거죠."

이 의장은 그러면서 "복직 이후에는 (투쟁) 조끼를 한 번도 안 입었는데 다시 입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의장은 현재 이륜차 라인에서 흘러오는 차체에 자신이 맡은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한다. 업무 시간 대부분을 서서 일해야 해 다리도 아프고 허리에도 무리가 가는 등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한 6개월이 지나서야 점차 일이 몸에 익기 시작했다. 이른 출근과 금속노조 재건 등 빠듯한 일과에 복직 후 녹내장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곧장 집으로 퇴근하지 않는다. 매일 지역 집회에 나가 꼬박 자리를 지키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간 고마움을 보답하는 데 열심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아픔에 공감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복직돼 회사에 돌아가 보니 비정규직이 70%가량에 공정 대부분이 외주화돼 있더라고요. 이주노동자도 300명이나 되고. 쪼개기 계약이 만연한 데다 대부분 최저임금 언저리 급여에 상여 200~300% 정도가 전부더군요. 이 모습에 그전에 정규직 해고노동자로서 좁았던 시각이 조금 넓어졌습니다. 우리 복직자들 자리는 사실 어려운 처지의 비정규 생계를 빼앗은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금속노조 조직이 안정되면 앞으로 사내, 더 나아가 경남의 비정규직 철폐, 처우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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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