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학살·고문으로 부귀 누린 이협우·노덕술·김종원 등 8인, 잊지 말고 후세에 알려야 할 역사

조카에게 선물하고 싶은 역사책이 생겼다.

'교과서에선 볼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지난달 24일 발간된 <대한민국 악인열전>(임종금 지음, 도서출판 피플파워)이라는 역사책 말이다.

교육부가 발간한 역사 국정교과서와 비교해 보는 시각을 길렀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역사는 누가 어떤 관점을 갖고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3월 초등학교 6학년이 교육부로부터 새로 받은 1학기 역사교과서에서 친일의 역사는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교육연대회의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 후 역사 교과서에서 '위안부'라는 표현 자체가 사라졌다. 또한 이승만과 전두환 정부는 '독재'라고 명시한 반면,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는 독재 대신 '장기집권'이라 썼다.

<대한민국 악인열전>의 저자 임종금의 지적처럼 교과서에서 근현대사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우리 민족은 일제 침략으로 고생했고, 일부는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고 다른 일부는 이완용처럼 친일파가 됐다는 정도에서 근대사가 정리된다. 현대사는 미소 냉전으로 분단됐고, 김일성이 한국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이 죽었고, 전쟁 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은 독재를 했고, 더러는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끝난다.

당신이 기억하는 친일반민족행위자는 누가 있는가? 이완용이 전부인가?

이협우·노덕술·김종원·박춘금·김창룡·김동한·신상묵·박종표. 이들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가? 이들 8명을 관통하는 단어는 '친일', '학살', '고문'이다.

<대한민국 악인열전>은 해방 이후 한국에서 온갖 패악질을 일삼았던 8명의 악행을 구체적으로 낱낱이 밝혔다.

고향 사람 200명을 무참히 학살한 이협우는 아이까지 죽였다. 훗날 보복이 두려워 온 가족을 몰살했다.

"검찰 조사에 의하면 10세 미만 어린이 35명이 피살됐으며, 아이를 안고 있는 모자를 동시에 쏴 죽이기도 했다. 1949년 12월 25일 성탄절 노곡리에서 살해당한 최상화와 최동식은 불과 8살, 4살이었다."

1950년 대구형무소 재소자 학살 현장 모습.

일제가 동상까지 세워 준 친일파 김동한, 어린 학생도 고문한 악질 친일헌병 신상묵과 박종표는 이루 말할 수도 없다. 깡패 출신 친일파 박춘금은 일본 국회의원이 됐다.

노덕술은 일제시대 고문기술의 70%를 개발했고, 자신의 부하와 민간인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사람을 죽인 김종원까지.

악인들은 일제가 이들의 솜씨와 노력에 감복할 정도였고, 조선인으로는 끝도 알 수 없는 지위와 호사를 누렸다.

저자는 악행을 저지른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철저하게 역사의 법정에 세운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후세에도 전해야 하는 사명감을 갖게 만든다.

<대한민국 악인열전>은 지난해 6월과 7월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 '광복 70년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7회에 걸쳐 연재 기사가 나간 바 있다.

역사학을 전공한 저자 임종금은 경남도민일보 미디어 팀장이다. 이 기획은 인터넷 '다음' 뉴스펀딩 초창기에 제출한 바 있지만, 다음 측은 명예훼손이 우려된다며 승인을 반려하기도 했다. 그만큼 악인의 후손들이 알면 가만히 있지 않거나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할 내용이 담겼다는 걸 방증한다.

이탈리아 역사학자 베네데토 크로체가 말한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는 대목이 떠오른다. 역사는 과거의 페이지로 끝나는 회상물이 아니다. 현재의 정치, 사회, 문화 지형에 따라 누가 어떤 세계관을 갖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바뀌는 진행형이다. 228쪽, 도서출판 피플파워,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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