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피해자를 보는 잘못된 시선…정부 태도·이중적 성 윤리 진실 외면·왜곡 역사 키워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증언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듬해인 1992년부터 피해 할머니들은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일본대사관(서울 종로구) 앞에서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적극적인 증언과 함께 "부끄러운 것은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일본)이다"며 일본에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용감한 고백과 증언을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땠는가. 정절을 잃은 여인이라 낙인을 찍고 불편한 시선을 보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았는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실화를 담은 영화 <귀향>에서도 반영됐다. 피해 신고를 위해 찾은 동사무소에서 직원은 "이런 걸 당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신고하겠어"라고 말한다.

지난 1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위안부 추모 소녀상인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최종 합의는 굴욕적인 매국 협정이라는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수요집회 초기 겪었던 어려움을 책 <20년간의 수요일>에서 토로했다. 윤 상임대표는 "일본대사관 앞을 지나던 사람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멱살을 잡고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떠벌리느냐'며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인 나눔의 집이 설립되기도 순탄치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해 정조를 지키지 못하고 성을 유린당한 여성으로 보는 시선 때문. 집주인들은 피해 할머니들이 살게 되면 집값이 내려간다며 전세조차 내주기를 꺼렸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의 가부장적 가치관, 여성의 정조를 강조하는 이중적 성 윤리, 젠더(Gender·사회학적 의미의 성) 문제가 내포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기보다는 제대로 세우는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거두는 것이다.

박경미 ㈔우리겨레하나되기 경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가부장적 순결이데올로기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역사를 바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시각과 더불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은 "정부는 그 노력을 포기했지만 피해 할머니는 잊힌 역사를 되살린 분들이다"면서 "우리는 할머니를 도와준다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명예와 정의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끊임없는 관심을 두고 어떻게 표현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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