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다감한 성격도 아닌데다 일하느라 잘 챙겨주지 못해도 늘 자녀 편 되어주는 게 엄마
그래서 매일 쓰기 시작한 편지 "얘야 잘 이겨내리라 믿는단다"

생각해 보면 나는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엄마는 아니다. 평소 남편이나 다른 사람에게도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편은 아니니 뭐 큰 문제라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타고난 성격은 잘 안 변하는 것 같다. 나도 노력을 해 보기도 하는데 잘 안 된다.

아들은 6살 되던 봄, 내일부터 엄마를 어머니라 부르겠다고 선언했고 정말로 그 다음날부터 어머니라 부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에게 존댓말을 쓴다. 아들이 쓴 글에서 나를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우리 어머니는 엄격하고 단호한 성격이시라 나는 어머니를 좀 어려워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리광을 부린다든가 용돈을 더 달라든가 하는 얘기를 아들은 한 적이 없다. 용돈은 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결정된 용돈 이외의 돈을 더 준 적은 별로 없었다. 부족한 용돈은 아버지를 통해 해결하는 것 같았고, 나는 모른 척 해주는 정도로 아들을 배려했다.

훈련소에 들어간 아들. /김서현

늘 일하는 엄마여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자기 실내화는 스스로 씻어 신게 했고 준비물도 스스로 챙기게 했다. 일 때문에 혼자 저녁을 먹게 한 적도 많았다. 쓰다 보니 나는 불량 엄마였네.

그래도 아들의 학교 행사, 부모 참여수업, 운동회, 졸업식, 발표회 등에 안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시간을 쪼개고, 휴가를 내고, 야근을 해서라도 꼭 참여하려고 노력했었다. 나는 좀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내 결정으로 아이를 낳았으니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2월 4일 아들을 훈련소에 보내놓고 우울해하고 있는데 먼저 아들을 군대 보낸 동료가 인터넷 편지를 보내주는지 물었다. 그는 아내랑 아들 여자 친구랑 자기가 당번을 정해 놓고 매일 써줬다고 했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우리 남편은 바쁜 사람이라 당번 정해주면 빼먹고 안 쓸지도 모르고 아들은 여자 친구가 없으니 내가 매일 편지를 쓴다.

2월 5일부터 편지를 썼으니 20일 정도 매일 편지를 쓴 것 같다. 답장 없는 편지를 매일 쓰고 이 편지를 아들이 받았을까 궁금해하던 차에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다. 편지 잘 받아보고 있다고 훈련 함께 받는 친구들이 부모님이 편지 많이 보내줘서 부러워한다고.(훈련소 공지 사항을 보니 매일 3번씩 인터넷 편지를 출력해서 아이들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훈련소 보내는 부모님들 참고하시길.)

내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은 아들이 힘든 상황에 있을 때 도와주는 것,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조언을 해 주는 것, 형제 한 명 없는 아들이 우리 부부가 이 세상에 없는 많은 시간들을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부모가 자기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정도.

아들이 어렵고 힘든 시간을 잘 이겨 내라고 나는 오늘도 편지를 쓴다. 편지를 읽으며 아들이 엄마를 좀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나는 말보다는 글이 좀 따뜻하다는 평을 받는 편이다.

아들이 훈련소에서의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것을 믿고 힘든 시간이, 힘든 상황에서 함께 고생한 훈련병 친구들과 보낸 시간과 그 친구들과의 관계가 아들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

/김서현(푸른 옷 소매 ngonews.tistory.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