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4대강 사업 탓 생태계 파괴 지적…"철저한 원인 분석·식수원 살리기 대책 시급"

최근 낙동강 경북 칠곡보 하류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강준치가 대량 폐사한 데 이어 합천창녕보 하류에서도 폐사한 강준치가 발견됐다. 폐사 현장을 눈으로 확인한 이들은 4대 강 사업 이후 생태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28일 오전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한은정 창원시의원 등과 함께 창녕군 합천창녕보 하류 일대 답사에 동행했다. 이날 새벽 어민들이 잡은 강준치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이미 몸통을 뚫고 기생충이 나와 있었다.

해부를 해본 결과 각각 50㎝가량의 기생충이 3~4개체씩 들어 있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리굴라 촌충'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에 있는 수달 배설물에서도 리굴라 잔해가 일부 확인됐다.

지난 7일부터 최근까지 칠곡보 하류에서 강준치 460여 마리가 폐사했는데, 강준치 배와 아가미에서 리굴라가 나왔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23일 개최한 전문가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대부분 "폐사한 강준치 안에 리굴라 촌충이 들어차 있어 이에 의한 장기 압박이나 손상이 직접적인 폐사 원인"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28일 오전 창녕군 합천창녕보 하류에서 발견된 폐사한 강준치. 몸 속은 리굴라 촌충으로 가득하다. /최환석 기자

20년 넘게 이곳에서 어업 활동을 했다는 한 어민은 "처음 겪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께에도 폐사한 강준치가 떠다니는 것을 목격했지만 사사로운 일로 여겼다"며 "지난 27일 뭔가 이상해서 배를 갈라 확인해보니 기생충이 나왔다"고 전했다.

배를 타고 합천창녕보 하류 일대를 돌면서 확인한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건져 올린 강준치 10여 개체에서 한 마리도 빠짐없이 리굴라가 발견됐다. 몇몇 강준치는 리굴라가 몸 밖으로 일부 빠져나온 상태로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합천창녕보 근처는 눈으로 보기에도 수심이 매우 얕았다. 일반 성인 허리춤 높이밖에 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이미 폐사한 강준치가 여럿 발견됐다. 임 정책실장은 "4대 강 사업 이후 환경 이상 징후가 상류부터 발생하고 있다. 이번 폐사 현상도 상류에서 중·하류로 점차 확인되고 있다"며 "수달 배설물에서도 리굴라가 나타나는 현상을 봤을 때 준치뿐만 아니라 전체 먹이사슬에도 영향이 있을 듯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이한 점은 유독 강준치에서만 리굴라가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칠곡보 사례에서도 강준치만 폐사가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잉엇과 어류인 잉어·붕어·피라미·납자루 등에서 리굴라 감염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임 정책실장은 "아마도 강준치 개체수가 가장 많고, 작은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 식성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답사를 마친 이들은 이 같은 현상 발생 원인으로 4대 강 사업을 지목했다. 한은정 창원시의원은 "4대 강 사업으로 말미암은 생태계의 변화와 파괴가 시작됐다"며 "특히 낙동강은 창원시민 식수원인데 낙동강 민물고기에서 기생충이 발견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낙동강물 다시 살리기 운동이 시급한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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