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4일 프랑스 앙굴렘에서는 제29회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이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전세계 출판만화정보의 70%가 이곳을 통해 유통된다고 하니 만화 하나만 두고 봤을 때는 어마어마한 행사였다.
우리나라 만화계는 1999년에 처음 이 페스티벌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지내던 이두호씨(현 세종대 교수)를 중심으로 김수정.양영순.황미나.오세영.이현세 등 협회 소속 20여 명의 작가들이 200여 편의 작품을 들고 처녀 출전했다. 이 때 우리 문화상품이 해외에 진출했다는 명목으로 문화관광부에서 ‘5000년의 신화’라는 한국만화 전시관 설치비용으로 10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올해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모두 네 개의 한국관 부스를 설치해 40건 이상의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여기에서 오세형의 작품은 프랑스의 소렌그라픽스사가 출판하기로 했고, 이현세.문정후.양경일의 작품 중 일부는 프랑스의 아시안얼터너티브사와, 방학기.박봉성.허영만.박재동의 작품 중 일부는 스페인의 아스티베리와 협상중에 있다한다.
이를 두고 4년동안 해외시장 공략을 해온 터에 이 정도의 성과를 낸 것을 두고 과연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물론 열악하기 그지없는 국내 출판만화 시장을 생각하면, 이번 앙굴렘의 성과는 ‘하나의 전기’로 받아들여도 부족하지 않겠지만.
사실 만화에 대한 정부의 태도, 아니 우리의 태도는 다분히 야누스적이지 않았는가. 성인이든 학생이든 실제 만화를 많이 보는데도(한국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독서량은 만화가 14.8권, 일반도서가 9.3권) 겉으로는 대부분이 ‘아닌 척’ 했고, 또 무슨 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얼른 회초리부터 들려고 했다. 만화에 관한한 우리는 오로지 ‘윤리적인 잣대’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음을 자인해야 하는 대목이다.
이런 터에 정부가 최근 출판만화에 관심을 새롭게 가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당연히 윤리적인 측면보다는 ‘산업적인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잘 만들어진 만화 한 편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걸 깨달은 셈이다. 묵은 사례지만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는 이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잡아 문구는 물론이고 뮤지컬 소재로까지 활용되고 있고, 허영만의 <48+1> <비트> 등은 영화로 만들어져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이런 관점이라면 더욱 더 이번 앙굴렘의 성과에 후한 점수를 두고 싶어진다. 여기에다 다행한 소식은 정부차원에서 최초로 만화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연구과제를 추진 중이고, 8월이면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올해가 만화르네상스를 위한 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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