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댓거리 경남대학교 앞에는 두 개의 육교가 있다. 그러나 그 육교를 볼 때마다 올라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인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죽하면 육교 건너편 동네 사람들이 육교를 철거하고 건널목을 재건해 달라고 했겠는가.

퇴근 시의 정경을 보면 육교가 이 동네에서 얼마나 외면당하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댓거리의 건널목 쪽은 인산인해지만, 육교 쪽은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말이지 댓거리 쪽 육교는 정나미 떨어지게 만들었다.

우선 가파르다. 사람들 뒤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남의 궁둥이를 보면서 올라가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이것이 싫어서 동행하는 사람과 나란히 걸으려 하지만 그나마 여의치가 않다. 계단이 너무 좁은 탓이다. 두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좁다.

또 올라가는 도중 내려오는 사람을 쳐다보면 마치 앞으로 구를 듯한 모습이다. 게다가 계단의 경사도조차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내려갈 때 어떤 계단을 밟으면 몸이 앞으로 쏠릴 때도 있다.

이런 형태의 비인간적 육교는 비단 학교 앞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산 시내의 거의 모든 육교가 이런 식이다.

몇 년 전에 보았던 베이징의 육교가 그리운 건 바로 저런 이유 때문이다. 베이징은 평지에 펼쳐진 드넓은 도시다. 주변에 산도 없고 물도 거의 없다. 그저 크다는 느낌만 주는 메마른 도시다. 역사가 없다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육교는 좋다. 우선 경사도가 완만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손수레를 끌고 올라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르내릴 정도의 경사도이다. 게다가 넓다. 손수레와 자전거가 올라가는 길과 사람이 다니는 길을 분리해서 만들었을 정도로 넓게 만들었다. 육교 오르막길의 중앙은 바퀴 달린 수송기구가 올라갈 수 있도록 평면으로 완만하게 처리하였고, 그 좌우에는 아주 걷기에 편한 계단을 두었다.

도시를 어떤 식으로 꾸미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줄까를 생각한 사람이라면, 육교의 형태도 자연히 인간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마산에서 육교를 만든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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