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지역·중앙정치 묘하게 맞물린 창원 성산구

창원 성산구 총선 의제가 '야권 단일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묘하게 지역과 중앙정치가 맞물리는 곳이 창원 성산구다. 노회찬(정의당) 예비후보가 출마를 결정하면서부터 중앙·지역 정치 논리는 예민하게 부딪쳤다. 이는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계속 언급될 수밖에 없는 쟁점이다.

여기에 지난 23일 '테러 방지법' 가결을 막고자 시작한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이곳 선거 흐름에 개입할 분위기다. 여권 선거운동에서 야권 단일화까지 영향을 미칠 듯하다. 선거 현장 중심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등록을 마친 이재환(국민의당) 예비후보와 출마를 예고한 박훈 변호사 움직임도 변수다. 후보마다 상황을 짚어봤다.

◇지역 분위기 심상찮은데… = 최근 노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가장 거슬리는 쪽은 강기윤(새누리당) 예비후보다. 야권 후보와 양자 구도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더라도 경남에서 현역 새누리당 의원이 내세울 성적은 아니다. 강 예비후보는 일단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경선 등 야권 지지자가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시기에 진행된 조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세몰이를 시작할 시점에 발목을 잡은 쪽은 오히려 국회다. 지난 23일부터 야당 의원이 '테러 방지법'을 저지하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새누리당 의원이 '비상 대기' 상태다. 초선 의원이 감히 지역구 관리를 내세워 움직일 수 없는 사정이다. 더군다나 야당 의원이 비장하게 토론을 이어가며 '비상 대기'가 풀리는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다음 주로 예정한 출마 기자회견 날짜도 확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지역을 훑는 야권 후보를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것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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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단일화 요구 = 단일화 요구가 가장 괴로운 쪽은 허성무(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다. 2010년 창원시장 선거에서 성산구에서만 4만 6000여 표(42.33%)를 얻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양자 구도에서는 상대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정치권 흐름이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국회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활약은 반사이익도 기대할 만한 수준이다. 한 지역에서 착실하게 쌓은 지지율을 백지화하는 단일화 요구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자신을 배제하는 듯한 상대 후보 쪽 단일화 움직임이 괘씸한 면도 있다.

하지만 선거 막바지에는 단일화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도 현실이다. 허 예비후보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늘 정책 선거를 요구하면서도 다루는 것은 단일화뿐"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중앙당 공천 일정도 시작하지 않았다. 후보 단일화를 거론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 점은 상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고비는 넘겼지만 = 노회찬(정의당) 예비후보는 민주노총 경선에서 승리하며 한고비를 넘겼다. 지역 사업장 조합원이 참여한 경선으로 '낙하산' 비난 부담도 한결 덜었다. 경선에서 패한 손석형 후보가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적지 않은 힘이다. 경선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유권자를 다시 품는 것은 남은 과제다.

단일화가 야권 승리 전제라고 강조하는 노 예비후보에게 허성무 예비후보는 다음 고비다. 민주노총 경선에서 승리는 오히려 허 예비후보와 논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미 경선을 거쳐 예비후보 한 명을 누른 만큼 노 예비후보 선택은 제한적이다. '통 큰 양보'는 선택하기 어렵고 이는 허 예비후보도 마찬가지다.

노 예비후보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모두 중앙당 일정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고 했다. 서로 감정을 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후보 단일화가 당선으로 이어지려면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과제다. 이 점을 노 예비후보도 잘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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