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창원 성산구 주요 선거 여야 득표율 분석

4·13 총선을 앞두고 창원 성산구에 등록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한 명이다. 현역 의원인 강기윤 예비후보다. 경남지역 16개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한 명인 곳은 또 있다. 김해 갑·을 선거구다. 창원 성산구가 김해 갑·을과 다른 지점은 야권 후보 현황이다. 경남에서 1여·3야 구도를 보이는 곳은 창원 성산구뿐이다. 최근 노회찬(정의당)·손석형(무소속) 예비후보가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선으로 단일화를 이뤘는데도 그렇다. '진보 1번지' 회복을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여야 일방적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는 곳, 경남에서 늘 변수로 꼽히는 곳, 어김없이 여당 후보 한 명에 야권 후보 다수가 덤벼드는 곳, 그래서 끝까지 단일화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곳에서 벌어졌던 주요 선거를 되짚었다. 야권 처지에서 단일화는 거스를 수 없는 전제일까? 단일화 없이 경쟁한다면, 무조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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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대 총선, 양자 구도 없었지만… = 17∼19대 총선 창원 성산구 선거 결과를 보자. 17∼18대 당선자는 권영길(민주노동당) 후보다. 19대 당선자는 강기윤(새누리당) 후보다. 세 차례 총선에서 여야 양자 구도로 진행된 선거는 없었다. 17대 총선에서는 이주영(한나라당)·박무용(열린우리당)·권영길(민주노동당) 삼자 구도다. 18대 총선에서는 구명회(통합민주당)·강기윤(한나라당)·권영길(민주노동당)·황성배(평화통일가정당) 후보 등 4명이 나섰다. 19대 총선은 강기윤(새누리당)·손석형(통합진보당)·김창근(진보신당) 삼자 구도다. 여야 양자 구도 선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럼에도, 성산구에서 '야권 단일화' 요구가 높은 이유는 2012년 총선 패배 잔상이 워낙 짙기 때문이다. 강기윤(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은 49.04%로 손석형(통합진보당)·김창근(진보신당) 득표율 합(50.95%)에 못 미친다. 단일화 실패가 야권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은 쉽게 나왔다.

17∼18대 총선에서 야권 승리가 권영길 전 의원 개인 역량에 기댄 바가 크다는 점도 단일화 요구 배경이다. 권 전 의원은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대권 주자'가 됐다. 그 수식이 없었다면 다자 구도를 이겨내기는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눈여겨볼 것은 여당 후보 득표율 흐름이다. 17대 총선에서 이주영 후보 득표율은 37.8%에 그쳤다. 하지만 강기윤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44.66%를 얻고 낙선하나 19대 총선에서 49.04%를 얻으며 당선된다. 권영길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12.38%, 18대 총선에서 4.97%를 다른 야당 후보에게 뺏기고도 당선됐다. 그러나 19대 총선에서 2위였던 손석형 후보가 강기윤 당선자를 이기는 데 필요했던 득표율은 5.3%포인트 이상이었다.

◇대선·지방선거에서 성산구 선택은? = 성산구 유권자 성향을 넘겨짚을 수 있는 다른 주요 선거도 살펴봤다. '진보 1번지'라는 성산구도 대선에서는 평범한(?) 경남지역이었다. 16대 대선에서 이회창(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은 59.96%이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은 50.95%이나 이회창(무소속) 후보 득표율(20.05%)을 더하면 여권은 70%를 쓸어담았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후보는 54.84%, 문재인(민주통합당) 후보는 44.77%를 득표했다. 두 후보 모두 2002∼2014년 진행된 대선·총선·지방선거 여야 출마자 가운데 창원 성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당시 투표율은 80.89%를 기록했다.

지방선거에서는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 선거 결과가 달랐다. 2010·2014년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창원 성산구는 경남도지사는 야권 후보를, 창원시장은 여당 후보를 밀었다. 2010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김두관(무소속) 후보는 58.90%를 득표해 40.47%에 그친 이달곤(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했다. 당시 김 후보가 얻은 6만 3692표는 성산구에서 야권 후보가 얻은 표 가운데 문재인 후보(6만 7332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014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는 김경수(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홍준표(새누리당) 후보를 1.55%포인트 앞섰다. 당시 강병기(통합진보당) 후보 득표율(6.38%)을 고려하면 드러난 수치를 넘어서는 선전이다.

2010년 창원시장 선거에서는 박완수(한나라당) 후보가 문성현(민주노동당) 후보를 약 20%포인트 앞섰다. 2014년 창원시장 선거에서 안상수(새누리당) 후보는 허성무(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5.9%포인트 정도 차이로 눌렀다.

◇야권 후보 단일화 기준은? = 성산구가 야권에 호락호락한 선거구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성산구 유권자 표심을 최대한 끌어낸 선거는 2012년 18대 대선이다. 박근혜 후보가 8만 2487표, 문재인 후보가 6만 7332표를 얻었다. 2002∼2014년 선거에서 이보다 많은 표를 얻은 여야 후보는 없다. 즉 투표율이 65%를 넘어가면 창원 성산구 역시 경남지역 투표 정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야권 세력이 돋보이는 투표율은 55∼65% 사이로 볼 수 있다. 11만∼12만 표 언저리다.

쏠림 현상을 보였던 일부 선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5만 표를 넘기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2012년 이후 창원 성산구에서 5만 표를 넘긴 야권 후보는 2014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김경수 후보뿐이다.

야권 후보는 60% 언저리 투표율을 가정할 때 5만 표 이상을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단일화를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 정도면 후보가 단일화되지 않더라도 야권 지지자가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야권 후보 가운데 1만 표, 즉 7∼8% 정도 득표율을 고정으로 가져갈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단일화'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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