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수학자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1865년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만화, TV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으로 각색돼 큰 사랑을 받았다. 동화 치고는 잔혹동화로 기억되는 신비로운 탐험기는 7살 앨리스가 주인공이다. 그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이 이상한 나라의 여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왕은 빨간 장미를 좋아했다. 그래서 병사들에게 정원에 빨간 장미를 심게 했다. 하지만 실수로 흰 장미를 심게 되고, 후한이 두려운 병사들은 흰 장미에다 빨간색 물감으로 칠하고 있었는데, 마침 주변을 지나가는 여왕에게 들켜 사형을 선고 당하게 된다. 여왕은 툭하면 사형을 남발했다.그리고 또 다른 이상한 나라!

이 이상한 나라의 여왕도 빨간색을 좋아한다. 이 이상한 나라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는데, 북쪽에는 3대째 독재로 세습된 왕이 통치하고, 남쪽은 독재자로 불렸던 아버지를 이어 여왕이 통치하고 있다. 여왕은 매일 다른 옷을 갈아입는데 이 빨간당의 아몰랑여왕은 늘 화가 나 있다. 사전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아몰랑은 '아무런 논리 없이 주장만 펼치고, 설명을 요구하면 대충 넘어가는 모습'이라고 정의되는 모양이다. 인터넷에서 연관 검색어로 검색하면 메르스, 감염, 정부, 대통령, 보건복지부 등이 연관어 상위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통일부가 가세했다.

암튼 아몰랑여왕의 이상한 나라는 여왕이 조금이라도 화를 내면 표현이 제한됐고, 자유는 통제됐다. 여왕은 늘 엄한 얼굴로 세상을 윽박질렀다. 독재자로 불렸던 아버지 시대 많은 이들이 피 흘리며 만들어 가던 민주주의는 심하게 뒤틀렸다. 삼권분립과 의회주의가 훼손되었고, 역사교과서는 국정화됐다.

그리고 긴 시간 남과 북이 전쟁을 멈추고 휴전을 하는 사이 안전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이 있었지만 여왕은 갑자기 이 장치들을 뽑아가며 전쟁이라도 할 기세처럼 화가 나있다. 북쪽 폭력의 나라는 핵실험 같은 걸로 시위하고 있고, 국방비를 30배나 많이 쓰는 남쪽 이상한 나라는 다른나라 최신무기를 불러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아몰랑여왕의 빨간당은 진짜 전쟁이라도 할 모양인가! 지식인들은 숨을 죽이고, 언론은 입을 닫았다. 다만 종일 편파방송을 하는 종편들만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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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꿈속의 이상한 나라 여행에서 앨리스는 언니가 부르는 소리로 잠에서 깨어난다. 이상한 나라에서 벗어나는 앨리스처럼 갑작스러운 공간 이동이나 장면전환을 통해서 나도 잠에서 깨어나고 싶다. 이것이 꿈이라면 나를 흔들어 깨워줄 이는 어디에 있는가!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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