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vocabulary] (2) eager-broker-variety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두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지난 19일 녹음했습니다.

eager[형용사]…을 갈망하는, 열망하는, 절실한

4·13 총선이 50일 정도 남았습니다. 선거에서 가장 절실한 사람은 누구보다 후보입니다. 선거는 내 모든 것을 걸고 벌이는 아주 살벌한 싸움입니다. 선거판은 '모든 것'을 얻거나 잃는 현장입니다.

그래서 선거는 후보 한 사람에게만 절실하지 않습니다. 후보를 둘러싼 주변도 한없이 절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창원 성산구 야권 후보도 저마다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나서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노회찬(정의당)·손석형(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품은 절실함도 마찬가지입니다.(24일 현재 노회찬·손석형 후보는 민주노총 경선을 거쳐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됐습니다.)

그런데 유권자는 어떨까요? 출마자와 그를 둘러싼 적극적인 지지자만큼 일반 유권자도 선거가 절실한지 모르겠습니다. '진보 1번지 회복', '정권 심판' 같은 의제가 유권자 일상에서 얼마나 살갑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에게 선거가 무엇보다 절실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그럴 수 있도록 후보와 적극적인 지지자가 한 노력은 뭐가 있을까요? 오히려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기 후보를 향한 애착이 일반 유권자를 질리게 한 점은 없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결국, 야권 후보들이 얻고 싶은 것은 후보 단일화를 넘어 유권자 단일화일 것입니다. 후보만 합친다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묶어내야 하는 쪽은 유권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야권 후보자와 지지자, 유권자가 무엇을 놓치는지 짚었습니다.

broker[명사] 중개업자, 중개소

국회의원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입법과 행정 감시입니다.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출마자라면 입법과 행정 감시 권한으로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약도 이런 바탕에서 나와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예비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 상당수가 '개발 공약'입니다. 무엇을 짓고 유치하고 만들고 같은 공약입니다.

물론 국회의원 출마자가 무책임하게 유권자를 현혹하고자 이런 공약을 내놓는다고 몰아붙일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에게는 예산을 심사하는 중요한 권한이 있습니다. 즉 개발 공약은 "개발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내가 예산을 따오겠다"는 전제가 깔렸습니다. 말 그대로 '중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국회의원이 지역을 앞세워 중개 역할을 하는 게 맞을까요?

국가 예산은 한정돼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일정한 예산을 가져갔다면 다른 지역에 들어갈 예산이 그만큼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공약에 유권자는 우리 지역 잘 된다고 무조건 박수를 보내야 할까요?

한발 더 나아가 개발 공약으로 자주 언급되는 '신도시 조성' 공약을 더 들여다봅시다.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고 신도시가 지역에 들어섰을 때 해당 지역 주민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갈까요?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할 여유가 되는 고소득 가구가 주변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까요? 결국, 신도시 조성 이득을 빨아들이는 마지막 주체는 누가 될까요?

variety[명사] 변화, 다양성, 단조롭지 않음

24일 현재 4·13 총선 예비후보가 등록한 정당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가자코리아겨레자유평화통일당 △개혁국민신당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기독당 △노동당 △녹색당 △민주당 △복지국가당 △한국국민당 △한나라당 등 14개 정당입니다.

'다양성'을 의미하는 variety가 어떻게 나온 단어인지는 쉽게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이번 총선에 출현(?)한 정당을 두고 크게 두 가지를 짚었습니다. 먼저 정당 이름을 짓는 감각입니다. 앞서 언급한 정당 중에는 '가자코리아겨레자유평화통일당'이 해당합니다. 인용하기도 버겁고 알아듣기도 어려운 정당 이름은 왜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을까요.

아직 후보를 내지는 못했지만 한동안 특정 인물을 앞세우는 정당도 많았습니다. '친(親)○연대' 같은 이름이 대표적입니다. 말 그대로 '누구와 친한 모임'은 '팬클럽' 아닌가요? 이 지적에 블로거 '흙장난'은 "팬클럽을 비하하느냐"며 다그쳤습니다. 팬클럽 저력과 의미는 다른 점에서 인정하되 정당은 아니라고 잽싸게(?) 물러섰습니다.

이번에는 variety에 담긴 의미가 냉소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 다양성은 폭넓게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정당 이름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유지한 이름은 무엇인지를 문제로 내겠습니다. 방송에서 한 정당을 언급했는데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 웹 주소 http://www.idomin.com/, www.podbbang.com/ch/8406

- 포털 검색창에 '우리가 남이가 시즌2 보카치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우리가 남이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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