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중단되었던 학교 무상급식을 새 학기부터는 2014년 수준에 맞추어 일단 재개한다. 홍준표 도지사가 아이들의 밥그릇을 놓고 정치적 시비를 삼은 지 1년 반만의 일이다. 도와 기초 지자체가 제시한 협상안을 박종훈 교육감이 수용하면서 어정쩡한 상태이지만 무상급식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영욕과 독선에 빠진 한 정치인이 참으로 부질없는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아이들과 학부모들만 골탕을 먹었다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2014년 10월, 홍 지사가 자신의 공약을 부정하면서 무상급식을 중단한 배경이 과연 교육복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한 것이었는지 곱씹지 않을 수 없다. 학교급식 문제를 걸고 넘어진 배경이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세금을 내는 도민의 입장에서보다는 대선 주자로서 자신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하여 복지쟁점을 선점하겠다는 정치적 속내에 따른 행보가 아니었는지 다시 묻게 된다. 일 년이 지나서 다시 되새김질 해보니 아이들 건강과 교육은 뒷전이요, 보수 아이콘의 기치를 높이 들고는 이른바 진보 교육감을 길들이는 칼날을 휘두르는 데 골몰했다는 인상이 훨씬 강하다. 홍 지사가 기왕에 선별 복지의 우월성을 앞장서서 주장했으니 다시 무상급식비를 지원하는데 대하여 무슨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무상급식을 다시 하기로 정책을 바꾸었으면 이유를 대든가 아니면 과거 자신의 주장이 그릇됐다고 변명이든 사과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재판이 시작된 데다 주민소환투표가 가시권에 들어서다보니 홍 지사가 유화책을 들고 나왔다는 느낌이 강하다. 박 교육감 주민소환운동에 측근 연루설이 깊어져 법 위반까지 겹치고 있는데다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자들 모두가 무상급식 재개를 외치고 있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일 년 동안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학부모들을 애태웠던 무상급식 문제는 복지쟁점 때문이 아니었던 셈이다. 급식지원이 교육적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책임에도 이를 정치적 영욕의 대상으로 삼았던 홍 지사는 사과를 해야 한다. 그래야 부족한 예산과 남은 과제들을 순조롭게 해결하고 아이들과 학부모의 기본적 복지권이란 차원에서 학교급식을 원상으로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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