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육감 '453억 식품비'수용 배경 밝혀…"자발적 추가 지원 환영" 시장·군수 역할 강조

"급식 문제를 더 끌어가는 것은 도민과 학부모에게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22일 기자회견에서 '453억 원 급식비 지원안 수용'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박 교육감은 "빨리 마무리 지어 급식 문제를 갖고 더 논란을 벌이지 않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1년여 지루한 공방을 이어온 경남도와 도교육청 간 무상급식 갈등이 해결 국면을 맞았다.

◇기나긴 공방 일단락 = 2014년 10월 홍준표 지사의 급식 감사 발표로 촉발된 무상급식 논란이 17개월 만에 합의점을 찾았다.

홍 지사의 '선별적 복지'를 앞세운 무상급식 논란은 지난해 4월부터 도내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로 이어졌다. 일 년여 동안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도 꿈쩍 않던 홍 지사는 지난해 10월 태도 변화를 보였다. 같은 해 11월 18일 박 교육감과 처음으로 단독 회동하고, 두 기관 간 실무협의가 시작되면서 급식 문제 해결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지난 1일 진행된 6차 실무협의까지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박 교육감이 지난 4일 '식품비 622억 원 지원'을 협상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지만, 도와 시·군은 15일 '식품비 453억 원 지원'을 최종안으로 역제안했다.

◇박 교육감 '수용' 배경은 = "622억 원 이하면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박 교육감은 시·군 정책회의 결과에 대해 일주일 만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지원 식품비'를 제외한 453억 원은 잘못된 계산법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던 박 교육감은 지역 여론을 수렴한 뒤 결정하겠다며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지난 17일 18개 시·군교육장회의를 시작으로 학부모·시민사회단체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가자 교육감이 한발 물러서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상급식 문제로 도민과 학부모의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453억 원 정도면 수용할 만하다는 지역 여론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에서도 '홍 지사가 많이 물러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성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교육장들은 시장·군수 면담을 통해 "도와 교육청이 먼저 타결 물꼬를 트면 부족한 예산은 시·군 차원에서 협상 여지가 있다"며 교육감의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육감이 이날 453억 원을 수용하면서 "기초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추가 지원하겠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고 시장·군수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새 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무상급식 문제를 일찌감치 매듭지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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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과제 = 도와 시·군이 지원하기로 한 453억 원은 애초 도교육청 요구안에서 '저소득층 지원 식품비 337억 원'을 뺀 금액이다. 이를 두고 도와 교육청이 여전히 이견이 있지만, 교육청은 도와 계속 협의해 나가면서 풀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 교육감은 "우선 3월부터 시행하고, 예산은 차후 문제"라며 "협상이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337억 원에 대해서는 추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의회 학교급식 행정사무감사에서 부당 집행된 것으로 지적돼 도가 환수하기로 한 78억 원을 이번 지원액에서 삭감할지도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박 교육감은 "78억 원이 나오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 도가 환수 요구를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고 말했다. 식품비 지원에 따른 도 감사 수용에 대해서도 "현재 조례에 규정돼 있는 것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반응 =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반발해온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인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정리된 게 없다고 밝혔다. 진헌극 대표는 도교육청의 수용 발표에 대해 "도든 교육청이든 책임있는 기관이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해 온 것으로, 이번 결정을 두고 환영한다거나 (453억 원을) 받지 말아야 한다거나 우리가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그러나 "2014년 수준과 동일하게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데 의미를 둔다"면서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므로 무상급식이 더 확대·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 지켜보면서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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