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아이들 간 구별짓기 현상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휴거'라는 줄임말이 쓰인다고 한다. '휴◇◇◇(임대아파트 이름) 거지'를 줄인 말로,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차별하거나 놀릴 때 사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검색사이트에 해당 단어를 검색해보면 임대아파트 입주를 염두에 두거나, 현재 거주자들의 고민 섞인 글을 찾을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어이가 없다. 같은 아파트에서도 평수로 우열을 가린다고 한다"며 불쾌해했다. 다른 누리꾼은 "임대아파트 당첨이 됐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린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놀림당하지 않겠느냐고. '휴거'라고 놀리는 애들도 있다는데 걱정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휴거'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김모(30·김해시 진영읍) 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런 고민을 한 적은 없지만, 그런 문화가 있다면 기분 나빠서라도 이사를 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아이들이 임대아파트가 뭔지 어떻게 알겠나. 부모들이 하는 말을 듣고 배우고 따라하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 원인은 어른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거주하는 아파트를 두고 차별하는 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이성철 교수는 최근에 볼 수 있는 특별한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유사한 '구별 짓기'는 항상 있었다는 설명이다.

"예전부터 거주지 평수로 구별을 지으면서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특정지역에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서지 못하는 일들도 있었고요. 최근에 임대아파트를 포함, 여러 종류의 아파트가 가깝게 조성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다시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이 교수는 경제적 차이로 구별하는 것보다 문화적 자본을 두고 차별하는 행위가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 공간적이고 집단적인 따돌림이 개인적 따돌림보다 양산하는 피해가 더 크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 교수는 "어른들의 일상 대화 속에서 차별적 이야기가 나오고, 이는 문화적 차별을 재생산하게 된다"며 "어른들이 야기하는 문제로 말미암아 아이들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재생산의 공고화 현상은 사회연대나 소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지양하려면 어른들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임대아파트에 당첨이 됐음에도, 자녀가 놀림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누리꾼 글에 다른 누리꾼들이 단 댓글이 눈에 띈다. "사는 곳이 중요한 건 아닌 듯합니다. 사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국임(국민임대아파트)에 살고,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국임에 살아서 불편하다거나 그렇진 않아요. 부모가 잘못인 거죠. 아이들에게 못된 것만 가르치고 있으니. 씁쓸할 따름이네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