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칠서영업소서 근무 밝은 미소로 운전자 맞아…불평불만·외상 고충에도 공공서비스 정신 잃지 않아 "고용 안정 꼭 보장됐으면"

짧게는 십 몇 초나 될까? 통행권과 함께 요금을 건네준 후 거스름돈을 받으면 끝. 이어 가속 페달 밟기 바쁘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을 꺼내볼 겨를조차 없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뒤에 있는 차가 경적을 울려댈지 모를 일이다.

가까이 있지만 잘 모르고 지나쳤던 사람들, 톨게이트(요금소) 요금수납원.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차를 세웠다. 한국도로공사 칠서영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점자(52·가모기업) 씨를 만나 3.3㎡(1평) 남짓한 요금소로 들어갔다.

계산대와 의자만으로 이뤄진, 내 몸 하나 집어넣기 바쁜 공간에 자리 잡자마자 운전자와 마주할 거 같다.

이 일도 위치한 곳에 따라서 겪는 일이 천양지차다.

돈 주고받고 그렇게 끝날 거 같지만 동전을 뿌리고 가는 이들에서 성기를 드러내는 운전자까지 별별 사람을 다 만나는 곳이 이곳 고속도로 요금소다.

한국도로공사 칠서영업소에서 근무하는 최점자 씨가 운전자를 맞이하려 대기하고 있다.

"여기는 시골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착해요. 농사일을 하는 고객님 중에 과일 같은 거 챙겨주는 분도 있어요. 주위에 공단이 있어서 하루에도 두 번 세 번 마주하는 운전자들이 있는데, 우유업체에서 일을 하는 기사님이 '피곤해보인다. 아침식사는 하셨냐'면서 우유를 건네줄 때도 있고요. 서로 위로도 되고 고맙죠."

물론 좋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주말할증을 이해 못해 100원이 더 붙은 이유에 화를 내기도, 도로 상태가 안 좋다고 짜증을 내기도, 차가 밀렸는데 왜 통행료를 안 깎아주느냐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그럴 때는 '불편 끼쳐 죄송하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에게 불평불만을 터트린다고 해서 같이 그럴 수는 없잖아요. '얼마나 답답하면 우리한테 풀고 갈까'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는 거죠."

많은 이들이 요금수납원을 공기업 직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오산. 한국도로공사와 용역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서 영업소를 운영하기에 관리감독만 도로공사에서 받을 뿐 서로 관련이 없다. 그렇지만 이를 잘 모르는 운전자들로 인해 웃지 못할 일도 많이 발생한다. '오밤중 화장실 돌격'이 한 예다.

"밤 늦게 화장실을 사용해야겠다고 하는 고객님들이 있어요. 급하다고 사무실 현관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데, 건물에 혼자만 있는 상황에서 열어줄 수도 없고 안 열어줄 수도 없는 거예요. 그 분이 누군지 모르지만 문을 안 열어주면 '왜 안 열어주느냐'면서 도로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니 열어주지 않을 수 없는 거죠. 문 열어주는 그 지점에서 불안감을 많이 느낍니다."

'외상'도 빼놓을 수 없다. 지갑 챙기는 걸 깜빡하거나 몇 백 원, 몇 천 원 부족한 경우에 계좌번호가 적힌 납부안내서를 받으면 되겠거니 생각하겠지만 그것도 이들 수납원에겐 부담이다. 운전자가 얼마 안 되는 돈이라고 까먹거나 한다면 자신들의 급여에서 고스란히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일도 있지만 속상한 일도 많다. 그렇지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축으로서 미소를 잃을 수는 없다.

"저희가 일하는 쪽에서 보면 좌측 방향으로 인사하잖아요. 밝게 웃고, 고객이 욕을 하든 뭐라 하든 반대편으로 돌아서서 '에이 씨' 한 번 하고 또다시 '안녕하십니까'라며 인사하고…. 그래서 저희들 사는 게 오뚝이 같은 삶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요금 수납을 한 지 올해 5년째라는 점자 씨는 이전까지 가정 일을 했다고 한다. 이 모든 것들도 집에만 있었더라면 못 겪었을 일이라고. 그녀는 좋은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직장생활을 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점은 직업 특성상 불안정한 고용환경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멀리는 한국도로공사에서 2020년 전국 고속도로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는 무인시스템 '스마트톨링'에서 가깝게는 톨게이트 운영권을 따낸 새 업체에서 고용승계를 문제없이 할지 말이다.

"현장에서는 스마트톨링보다는 당장 오늘내일에 대한 걱정이 더 커요. 이번에 새 사장이 오면 인원 감축은 얼마나 할지 이런 부분 말이죠. 승계를 한다고 하지만 저희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거든요. 아무쪼록 문제없이 모두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