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엘리트·생활체육 통합, 경남 상황은?

경남체육회와 경남생활체육회가 한 지붕 아래 모인다. 그동안 도내 엘리트체육을 관장해 온 도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지원해 온 도생활체육회를 하나로 합친 통합체육회 창립총회가 오는 29일 경남도청에서 열린다.

이렇게 되면 총예산 200억 원(도체육회 149억, 도생활체육회 61억 7000만 원), 소속 선수와 동호인만 36만 명이 넘는 거대 체육단체가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해묵은 과제였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은 지난해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서야 본격화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한체육회 반발로 창립총회가 무산되는 등 중앙 단체의 통합이 삐걱거리고 있지만, 도내에서는 체육단체 통합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중앙단체 통합 왜 삐걱댈까

통합을 주도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더욱 선진화된 체육시스템을 만들려면 엘리트와 생활체육 결합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두 단체 모두 이런 취지에 공감해 통합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관 초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 사무총장 인선 등을 둘러싼 온도차는 여전하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여론도 있지만, 체육단체 통합이 삐걱거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두 단체의 자발적인 통합이 아닌 정부 주도로 통합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애초부터 두 단체가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그동안 한국체육을 주도해 온 대한체육회는 예산과 인력 등에서 차이가 나는 생활체육회와 동등한 통합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반면 대한체육회보다 예산과 규모가 작은 국민생활체육회는 예산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인력이나 기구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통합에 적극적이었다.

통합 논의 과정이 두 단체보다는 문체부 주도로 진행됐다는 점도 갈등을 부추겼다. 정부는 통합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성을 담보했다고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다. 결국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던 통합체육회 창립총회는 대한체육회가 불참하며 파행을 빚었다.

경남 통합 작업 '순조'

중앙 단체의 통합 논의가 삐걱거리는 것과 달리 경남에선 도체육회와 도생활체육회 통합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두 단체 모두 통합이 향후 경남체육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필수조건임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체육회 통합으로 시민들의 체육활동 참여가 활발해지고, 많아진 자원 중에 우수 선수가 나오는 등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는 29일 경남체육회와 경남생활체육회가 통합한 경상남도체육회 창립총회가 열린다. 그림 맨 오른쪽 '경상남도체육회'는 통합 체육회가 쓸 현판 글씨.

또 다른 학교체육 지도자는 "학습권 침해, 승부 조작, 폭력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엘리트체육만으로는 한국 스포츠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통합에 부정적인 여론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장이 각기 다른 중앙단체와 달리 경남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두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어 통합 논의가 수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단체 모두 경남도의 예산 지원을 받기 때문에 도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경남도와 도체육회, 도생활체육회 3자가 성실히 회의에 임해 체육회 정관을 비롯해 △조직 정비 △이사회와 대의원 구성 등의 난제를 풀어냈다.

경남도청 체육지원과 이일석 과장은 "두 단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더 효율적인 체육환경을 구축한다는 데 경남도, 도체육회, 도생활체육회 3자의 공감대가 형성돼 통합이 결실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대 회장은 홍준표 도지사

통합체육회 초대 회장은 홍 지사가 일단 당연직으로 맡게 된다. 정부는 애초 시·도 통합 체육회장을 민간인에게 맡기는 것도 검토했지만, 조속한 통합을 위해 초대 회장은 시·도 단체장을 추대키로 했다. 임기는 2020년 2월까지다.

통합체육회 사무처의 큰 틀도 잡혔다. 조직은 두 단체의 기존 직원을 모두 승계해 1처·1차·4부·1과로 운영하기로 하고, 통합사무실은 창원종합운동장 내 기존 도체육회 사무실을 확장,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그동안 공무원 보수, 별도 체계로 나뉘었던 봉급 체계도 일원화해 공무원 보수 체계를 따르기로 했다. 35인 이내로 꾸릴 수 있는 이사회도 도체육회와 도생활체육회가 각각 추천해 회장에게 이사회 구성을 위임할 예정이다.

통합 이후 새로운 단체를 이끌 신임 사무처장은 아직 미정이다. 통합체육회 사무처장은 엘리트체육, 생활체육, 학교체육 등 체육 관련 모든 분야를 관장하는 만큼 전문 지식이 필요한 자리로 누가 초대 사무처장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체육회 배희욱 사무처장과 이석재 도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사무처장의 임기가 19일 만료되는 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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